원두를 그라인딩 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행위는 내가 누리는 몇 안되는 사치 중의 하나이다. 매우 능숙하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고 싶었는지, 그라인더도 구매하고, 커피팟도 구매하고, 드리퍼도 구매하고... 그러나 또 다른 취미가 게으름이다 보니, 커피 내리는 능력은 발전이 없다. 능숙해지기 위해서, 커피 내릴때마다 시간도 달리해보고, 온도도 달리해보고, 또 기록도 해보고,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지속성이 부족하다. 삘이 와서 얼마간 열심히 내려 마시다가 보면, 어느 날부터인가는 완전히 잊고 산다. 덕분에 직접 구매한 원두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가져다준 원두들이 제법 쌓여 있다. 너무 오래 그냥 두면 맛이 다 사라질 텐데... 어차피 싸구려 입맛이라 제대로 맛구별도 못하면서, 뭣이 중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