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 6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1년 7월

1991년 7월 1일 월요일 흐리거나 비 2258상병으로써의 공식적인 첫날!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이었다. 농구! 중대 주종목이 언제부터인가 축구보다는 농구 쪽으로 돌아섰다. 아무래도 복작되는 연병장보다는 공간이 작아도 되는 농구가 인기 종목이 된 듯하다. 과격한 플레이로 중대 농구계에서 축출될 위기다. 짬으로 밀어붙였다. 부당하다는 무수한 항의! 계급이 깡패였다. 뜻밖의 희소식!!! 군생활 열심히 했다고 4기에게 4박 5일 포상휴가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퇴근 점호 때 중대장의 발표! 중대가 쪼개지는 가운데 중심 잘 잡아 주었다고... 조만간 전출을 앞둔 중대장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나는 좀 묻어가는 느낌이기는 하다. 그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매우 기쁜 일이다. 퇴근하며 호준, 해민과 가볍게 한 잔..

book one/army 2024.09.23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1년 4월

1991년 4월 1일 월요일 맑음 2140오랜만에 0600에 수송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내가 없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더라. 대청소를 실시했다. 한 달 동안 비워 두었던 막사를 청소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정비였다. 날이 따뜻해졌으니 확실히 훈련의 계절이다.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행군, 진지공사, 유격 등이다. 그 정도면 나의 군생활도 마무리될 것이다. 4월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나의 군생활도 계속 진행 중! 그 동안 다양한 이벤트 잘 버텼다. 1991년 4월 3일 수요일 맑음 2132중대 복귀하자마자 바로 훈련이다.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상! 어제 밤에는 산과 들로 뛰어다녔다. 야간 전술 적응 훈련! 지난 한 달간 야간에 충분히 적응된 것 같은데... 어둠 속에서 뛰어다니다 ..

book one/army 2024.09.18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10월

1990년 10월 1일 월요일 가랑비 2008행사는 끝났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시원하다!국군의 날 대통령 하사품으로 빵과 과자로 가득 찬 간식 박스를 받았다. 크림빵이 제일 맛있네. 지난 주말 내내 쉬지도 못한 보상으로 정비가 주어져야 하지만 추석 연휴와 이어지니 다 날아가 버렸다. 나의 군생활 2막은 이제 시작된다. 10월 15일부터 행군과 진지공사다. 또 200킬로 행군을 해야 한다. 카드 섹션으로 몸이 되게 느슨해진 거 같은데 이제는 행군을 대비해야 한다. 더군다나 5기부터는 처음 참여하는 훈련이기에 우리 4기의 책임이 막중하단다. 당연하게도 절대 낙오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데, 열심히 해야 하는 기수라고 고참들의 성화가 대단하다. 늘 하던 짓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지난봄 행군에는 우리..

book one/army 2024.08.16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9월

1990년 9월 1일 토요일 비 2122태풍!!비가 꽤 많이 내렸고, 바람이 불었고, 그렇게  점점 가을로 가을로... 출근해서 환복하고 워커 닦고 창고 막사 주변 청소하고 점호받고 중대 막사 청소하고 군가 연습하다가 대대장님 훈시 듣고 담배 한 보루 반을 받고 퇴근했다. 담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소대원들에게 무상 나눔이었다.  국군의 날 행사 참여하고, 행군 & 진지공사, 중대 및 대대 ATT, 연대 RCT... 어느 새인가 12월이 되어 있겠지. 그럼 절반! 스케줄 빵빵하네!! 1990년 9월 2일 일요일 흐리다가 해가 뜨기도 2020일요일 오후가 되면 언제나 그렇다. 짜증스러워지고 마음은 무거워지고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마음의 평화를 구하며 군복에 줄을 잡아 본다. 일요일의 시간은 무심하게도 참 빨..

book one/army 2024.08.15

행군의 상처

요즘에는 군에 관련된 드라마가 많이 나오더라.제대로 정주행은 하지 않았다. DP 나 신병 등 워낙에 많이 회자되고, 쇼츠나 릴스가 뜨는 경우도 있다 보니 다 본 듯이 스토리를 알고 있기는 하다. 기억의 많은 부분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미화되어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불편한 기억으로 머릿 속에 남아 있는 부분들이 있다. 드라마 속의 군대는 그 이후 좀 더 나아졌을 내 후배들의 군대를 배경으로 함에도 '여전히 군대는 군대구나' 라는 느낌이다. 군복무 경험은 워낙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특이점이 있다보니 백이면 백 모두가 색다른 것 같다. 누가 누구보다 고생을 더 했네, 아니네 하는 비교는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 남자에게는 선택지가 없는 의무 복무이기에 이 나라 절반의 국민들에게 나름 고통과 고난의 상처이..

book one/day by day 2024.05.09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5월

1990년 5월 21일 월요일 흐림 2107어찌어찌 시간이 흘러갔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저 생존을 위하여 그렇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갔다. 공식적으로 지난 4월 9일부로 국방부 소속이 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6주가 흘렀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얼마나 괴로울지는 감히 상상조차도 못하겠지만 지난 4주간의 훈련소와 2주간의 자대에서의 시간, 특히 행군, 내가 살아왔던 지난 20여 년간의 시간이 다 뒤집어지는 문명의 대충돌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금학산 한 자락에서 야간 동초를 서며 하늘 가득한 ..

book one/army 2024.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