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일주일은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마치 모기 물린 것처럼 몇 군데가 가렵고 그렇더니 어제부터는 온몸으로 다 퍼졌다. 일본에서 사 온 벌레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을 발라가면 일주일 정도를 지냈다. 미련했다. 심지어는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 하는 생각에 빈대 제거제를 뿌리고, 세탁을 하고... 그리고 오늘에서야 병원 갈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다.
의사는 원인은 모르겠지만 음식 혹은 약물 과민 반응이라고 했다. 가만히 기억을 되돌려 보지만 특정이 되지는 않는다. 약은 없으니 처음부터 제외시키고, 음식은... 그 다양했던 스펙트럼 중에 어느 곳일지 감이 오질 않는다. 평소 먹지 않던 것을 먹지도 않았고, 먹으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것도 없다. 결론은 원인 불명! 원인이 무엇이든지 치료가 더 중요하다. 주사 한 방을 맞고 먹는 약을 처방받았다.
더불어 기침 처방을 문의했다. 내과에 가란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비아그라 처방을 문의했다. 그건 가능하단다. 복제약으로 처방을 준다. 종근당 센글라정이다. 이름 한 번 상징적이다. 비아그라와 완전 동일한 성분이란다. 50mg 10정에 19800원이다. 싼 건지 비싼 건지 모르겠다. 정당 1980원이니까 손이 바르르 떨릴 만큼 사악한 가격은 아닌 듯...
처방 과정은 간단했다. 다만 두드러기 처방과는 별도의 진료비가 추가되었다. 비아그라 처방은 그렇단다. 의사는 "필요할 때가 되었네요." 당연한 선택이라는 표정이었다. 다만 투약 후 눈앞에 섬광이 보이거나 푸른빛이 보이는 느낌이면 즉시 투약을 중단하라고 했다. 뭐, 언제 쓰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비상상비약처럼 가지고 있어 본다. 유효기간 2026년 11월!! 다만 약사는 여성이었는데 비아그라랑 효과가 같나요라고 물었을 때 민망한 표정으로 동일 성분이에요라고 답해주었다. 나도 살짝 당황! 괜히 물어봤네.
길 건너 안과로 향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대한 처방을 받았다. 지금까지와 동일한 처방이다. 다만 최근에 눈에 막이 낀 것처럼 침침함이 더해진 것 같아서 문의했으나 그건 두드러기 올라온 것과 같이 무언가 일시적으로 과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일 거라고 했다.
같은 건물 아래층 내과로 향했다. 기침 처방을 받기 위해서였다. 동네에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주치의 느낌의 내과가 있으나 오늘은 피부과 나온 김에 들렀다. 의사쌤이 매우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뭐랄까? 어투를 보자면 동네 내과쌤이 훨씬 친절한데, 살짝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처럼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었다면, 오늘 만난 쌤은 어투는 매우 딱딱한데 설명이 자세했다. 이래저래 목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라는게 핵심인데, 생각해보니 냉장창고에서 일하다보니 심하지는 않지만 기침이 멈추지를 않은 것 같다. 폐소리는 이상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내친김에 고정적으로 먹어오던 혈압약과 이상지질약 처방도 의뢰했다. 마침 떨어져서 동네 내과를 방문해야 했으나 어쩐지 가기 싫어서 미루고 있던 차였다. 어떤 약을 먹었던 건지 몰라서 예전 약국에 전화를 해서 내가 처방받은 약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동일한 약은 아니고, 동일한 성분의 약을 처방했다. 처방 전 혈액검사도 진행했다. 보통은 12시간 금식도 해야 하고 그렇겠지만 일종의 간이테스트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건강검진한 지도 1년이 되었구나. 올해 가기 전에 해야겠다. 결과는 그렇게 나쁘지 않단다. 그 설명마저도 자세했으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집에 와서 검색해 가며 수치를 다시 살펴보니 작년보다 좋아졌네. 그것도 매우 좋아졌네. 약 덕분인가?
나이 먹으니 어쩔 수 없이 약에 의존하는 부분이 생긴다. 한가득 채워진 약값과 진료비로 7만 원 정도 들었는데, 뜨악 싶다가도 다시 생각해보면 가성비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이런 약 먹다가 죽으면 몸이 썩기는 하려나? 아, 그래서 화장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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