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방위 22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12월

1990년 12월 3일 월요일 맑음 2250토요일에는 분대 회식을 했다.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명색이 고참이라고 영재와 인해가 걱정하며 위로를 해줬다. 모두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일단 컨디션 잘 챙기라고 격려를 해준다. 오늘은 퇴근 후에 호준과 저녁을 먹었다. 12월 1일이 토요일다보니 12월이 열리자마자 사흘이 가버렸다. 잘했어, 12월!!무슨 수를 쓰던지 시간아! 빨리 좀 가 주기를... 1990년 12월 4일 화요일 맑음 2003아산 병원!다행히도 중대한 이상은 없어 보인단다. 그렇지만, (1) 후유증은 약간: 당연하지!(2) 뛰어 다니거나 심하게 움직이지 말 것: 말이 돼? 군인이라고...(3) 잠을 많이 잘 수 있도록 할 것: 노력해 보자!(4) 길게는 3년 정도 두고 볼 일: 뭐시..

book one/army 2024.08.16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11월

1990년 11월 4일 일요일 맑음 1924진지공사가 마무리되었는데도 여전히 중대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취사장 인원들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한다. 물론 내 눈으로 보기에도 부족하다. 4명의 취사병이 2개 대대 총 800명의 식수 인원을 책임지고 있다. 중노동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누군가 휴가라도 가버리면... 중대장은 일단 기다려보라고 한다. 아무리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군대라지만 나로서는 취사장에서 내 군생활을 마치고 싶지는 않다. 졸지에 취사장에서 일병을 달다니... 1990년 11월 9일 금요일 흐리고 비 오다가 오후에 갬 2210어쨌든 기록! 일단은 취사병의 일과를 보내고 있다. 취사장 근무는 일단 답답하다. 내가 액티브한 성격은 아니지만 취사장에 갇혀 있는 일과는 너무 답답하다. ..

book one/army 2024.08.16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10월

1990년 10월 1일 월요일 가랑비 2008행사는 끝났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시원하다!국군의 날 대통령 하사품으로 빵과 과자로 가득 찬 간식 박스를 받았다. 크림빵이 제일 맛있네. 지난 주말 내내 쉬지도 못한 보상으로 정비가 주어져야 하지만 추석 연휴와 이어지니 다 날아가 버렸다. 나의 군생활 2막은 이제 시작된다. 10월 15일부터 행군과 진지공사다. 또 200킬로 행군을 해야 한다. 카드 섹션으로 몸이 되게 느슨해진 거 같은데 이제는 행군을 대비해야 한다. 더군다나 5기부터는 처음 참여하는 훈련이기에 우리 4기의 책임이 막중하단다. 당연하게도 절대 낙오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데, 열심히 해야 하는 기수라고 고참들의 성화가 대단하다. 늘 하던 짓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지난봄 행군에는 우리..

book one/army 2024.08.16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9월

1990년 9월 1일 토요일 비 2122태풍!!비가 꽤 많이 내렸고, 바람이 불었고, 그렇게  점점 가을로 가을로... 출근해서 환복하고 워커 닦고 창고 막사 주변 청소하고 점호받고 중대 막사 청소하고 군가 연습하다가 대대장님 훈시 듣고 담배 한 보루 반을 받고 퇴근했다. 담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소대원들에게 무상 나눔이었다.  국군의 날 행사 참여하고, 행군 & 진지공사, 중대 및 대대 ATT, 연대 RCT... 어느 새인가 12월이 되어 있겠지. 그럼 절반! 스케줄 빵빵하네!! 1990년 9월 2일 일요일 흐리다가 해가 뜨기도 2020일요일 오후가 되면 언제나 그렇다. 짜증스러워지고 마음은 무거워지고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마음의 평화를 구하며 군복에 줄을 잡아 본다. 일요일의 시간은 무심하게도 참 빨..

book one/army 2024.08.15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8월

1990년 8월 1일 수요일 맑음 2150당연하겠지만 오늘도 미치도록 더웠다. 으헉 1500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설마 진짜 시킬 줄은 몰랐는데... 지난달 72사단 사망 사건 이후 한동안 지켜지던 혹서기 지침은 잊히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작업은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유격이 없단다. 이유는 국군의 날 행사 참여 요원으로 선정되어, 카드섹션 연습을 해야 한단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앞으로 두 달여간 큰 훈련이 없다는 의미가 되겠다. 다행이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몸빵 하는 훈련보다는 낫겠지. 아닐 수도 있으려나? 정말 훈련이 아예 없을 리가 없고, 오히려 짬짬이 더 빡빡해질 수도 있겠다.  지난해는 팀스피리트에 참가했다고 하고, 그전 해인가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도 참여했다더니, 올해는 카드..

book one/army 2024.06.15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7월

1990년 7월 1일 일요일 맑음 2255날씨가 무척 좋은 하루였다. 좋은 것은 날씨뿐, 언제나 일요일은 빠르게 지나간다. 초중고 시절 늘 스포츠형 머리였고 헤어스타일에 크게 관심도 없고 스타일링도 귀찮으니까 짧은 머리가 편했는데... 그건 내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을 때의 이야기이고, 막상 규정에 따라 몇 미리의 짧은 머리로 규제를 받고, 고참들의 감시를 받으니 머리 길이에 더 집착하게 된다. 특히 출퇴근을 하는 방위들은 머리 길이에 더 민감한 것 같다. 고참들은 1미리라도 기르고 싶어 하고 간부들은 매의 눈으로 살핀다. 혹시라도 수송버스를 놓치게 된다면 헌병애들까지도 참견을 한다.  이제 겨우 3개월 차인 이등병에게 중요한 것은 짧은 머리! 알아서 미리미리 준비한다. 이발사 아저씨마저 뭐 깎을 것도 ..

book one/army 2024.04.19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6월

1990년 6월 4일 월요일 맑음 2140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다. 패배감을 느끼고 절망하게 된다. 긴장된 하루하루가 힘들게 지나간다. 이것이 아니었는데, 세상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하루가 빡빡하다.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고 나 자신의 책임이다. 요즘의 시간은 사실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무 것도 없다. 일과의 대부분은 시키는데로 움직여야만 한다. 그저 5시 퇴근이 큰 위로이지만, 종종 그것도 못할 수 있으니까... 1990년 6월 7일 목요일 맑음 2150205연대 1대대 2중대 3소대 1분대자대에 배치된지 어느새 한 달! 정신없이 어찌어찌 지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일상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저 맨처음의 황망함은 이제 ..

book one/army 2024.04.11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5월

1990년 5월 21일 월요일 흐림 2107어찌어찌 시간이 흘러갔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저 생존을 위하여 그렇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갔다. 공식적으로 지난 4월 9일부로 국방부 소속이 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6주가 흘렀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얼마나 괴로울지는 감히 상상조차도 못하겠지만 지난 4주간의 훈련소와 2주간의 자대에서의 시간, 특히 행군, 내가 살아왔던 지난 20여 년간의 시간이 다 뒤집어지는 문명의 대충돌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금학산 한 자락에서 야간 동초를 서며 하늘 가득한 ..

book one/army 2024.03.23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신교대②

19900423 월 비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영점사격 실시, 결과는 안좋다.난생 처음 쏴보는 M16, 사람을 죽이는 무기라는거지.총소리는 정말!! 고막을 찢을 정도의 소음과 엄청난 반동때문에 깜짝놀랐다구.이제는 부대의 풍경이 제법 눈에 익는다.비가 오면 훈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군대에서는 겉보기 등급이 높아야 한다.편지 3장을 받았다. 어머니로부터, 대학동기 둘로부터...오늘 밤은 특히 더욱 추울 것 같다.긴 밤, 쥬스/볼펜 19900424 화 맑음사격은 어찌어찌 17발로 합격권이었다.사격 자체보다는 사격 전에 행해지는 PRI! 그리고 사격장까지 이동 행군 10키로!! 가 더 힘들었던..그래서 발이 아프다.아 피곤~~불침번 @2200 비교적 긴 밤, 감사! 초코렛/마늘 19900425 수 맑았으..

book one/army 2024.03.23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신교대①

19900409 월 맑음정신없이 73사단 신병교육대 입소! 아버지 고마워요!!2구대 17번 훈련병이 되었다.뭘 했는지 모르고 하루 지나갔어.정신교육관에 모여 말씀의 홍수를 경험... 웬 강아지가 돌아다니네.박 상사가 키우는 개라고 한다. 19900410 화 맑음눈을 뜨고 나니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입소식!!멍 때린다고 단체로 얼차려를...교육대장님 훈시를 졸다가 말다가 하면서 들었다. 걱정된다.점심 식사 후 제식훈련을 하는데 어제 그 개가 돌아다니고 있다.목소리가 이상한데?불침번 @2200 19900411 수 맑음신교대는 당연히 외부와 차단이 되어 있지만 훈련 자체는 사단 연병장에서 실시!나보다 1년 먼저 이곳에 입대한 태훈을 만났다. 스쳐지나갔다.목이 아파. 확실히 소리가 달..

book one/army 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