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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6월

1990년 6월 4일 월요일 맑음 2140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다. 패배감을 느끼고 절망하게 된다. 긴장된 하루하루가 힘들게 지나간다. 이것이 아니었는데, 세상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하루가 빡빡하다.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고 나 자신의 책임이다. 요즘의 시간은 사실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무 것도 없다. 일과의 대부분은 시키는데로 움직여야만 한다. 그저 5시 퇴근이 큰 위로이지만, 종종 그것도 못할 수 있으니까... 1990년 6월 7일 목요일 맑음 2150205연대 1대대 2중대 3소대 1분대자대에 배치된지 어느새 한 달! 정신없이 어찌어찌 지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일상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저 맨처음의 황망함은 이제 ..

book one/army 2024.04.11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5월

1990년 5월 21일 월요일 흐림 2107어찌어찌 시간이 흘러갔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저 생존을 위하여 그렇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갔다. 공식적으로 지난 4월 9일부로 국방부 소속이 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6주가 흘렀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얼마나 괴로울지는 감히 상상조차도 못하겠지만 지난 4주간의 훈련소와 2주간의 자대에서의 시간, 특히 행군, 내가 살아왔던 지난 20여 년간의 시간이 다 뒤집어지는 문명의 대충돌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금학산 한 자락에서 야간 동초를 서며 하늘 가득한 ..

book one/army 2024.03.23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신교대②

19900423 월 비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영점사격 실시, 결과는 안좋다.난생 처음 쏴보는 M16, 사람을 죽이는 무기라는거지.총소리는 정말!! 고막을 찢을 정도의 소음과 엄청난 반동때문에 깜짝놀랐다구.이제는 부대의 풍경이 제법 눈에 익는다.비가 오면 훈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군대에서는 겉보기 등급이 높아야 한다.편지 3장을 받았다. 어머니로부터, 대학동기 둘로부터...오늘 밤은 특히 더욱 추울 것 같다.긴 밤, 쥬스/볼펜 19900424 화 맑음사격은 어찌어찌 17발로 합격권이었다.사격 자체보다는 사격 전에 행해지는 PRI! 그리고 사격장까지 이동 행군 10키로!! 가 더 힘들었던..그래서 발이 아프다.아 피곤~~불침번 @2200 비교적 긴 밤, 감사! 초코렛/마늘 19900425 수 맑았으..

book one/army 2024.03.23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신교대①

19900409 월 맑음정신없이 73사단 신병교육대 입소! 아버지 고마워요!!2구대 17번 훈련병이 되었다.뭘 했는지 모르고 하루 지나갔어.정신교육관에 모여 말씀의 홍수를 경험... 웬 강아지가 돌아다니네.박 상사가 키우는 개라고 한다. 19900410 화 맑음눈을 뜨고 나니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입소식!!멍 때린다고 단체로 얼차려를...교육대장님 훈시를 졸다가 말다가 하면서 들었다. 걱정된다.점심 식사 후 제식훈련을 하는데 어제 그 개가 돌아다니고 있다.목소리가 이상한데?불침번 @2200 19900411 수 맑음신교대는 당연히 외부와 차단이 되어 있지만 훈련 자체는 사단 연병장에서 실시!나보다 1년 먼저 이곳에 입대한 태훈을 만났다. 스쳐지나갔다.목이 아파. 확실히 소리가 달..

book one/army 2024.03.20

멘토

생각해보면 나에게 인생의 고비에 제대로 된 멘토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스스로가 알아서 깨우칠 정도로 뛰어나지도 못했다. 요즘 인생의 뒤늦은 감정적 극심한 우울감을 겪으면서 특히 유튜브에서 이런 저런 인사이트를 담고 모티베이션이 되어줄만한 내용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나보다 나이든 사람의 경험이 아닌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에서 더 감동을 받고 마음을 되짚어 보는 경험이 더 많다. 나는 왜 그 친구들처럼 그러지 못했을까? 정말 저 어린 나이에 어디서 저런 혜안이 나온 것일까? 여전히 나의 공부는 부족했고 나의 실천은 더뎠구나. 이제부터라도 나는 누군가에게 멘토로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book one/day by day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