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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12월

rivervox 2024. 8. 16. 20:07

1990년 12월 3일 월요일 맑음 2250

토요일에는 분대 회식을 했다.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명색이 고참이라고 영재와 인해가 걱정하며 위로를 해줬다. 모두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일단 컨디션 잘 챙기라고 격려를 해준다.

 

오늘은 퇴근 후에 호준과 저녁을 먹었다.

 

12월 1일이 토요일다보니 12월이 열리자마자 사흘이 가버렸다. 잘했어, 12월!!

무슨 수를 쓰던지 시간아! 빨리 좀 가 주기를...

 

1990년 12월 4일 화요일 맑음 2003

아산 병원!

다행히도 중대한 이상은 없어 보인단다. 그렇지만,

 

(1) 후유증은 약간: 당연하지!

(2) 뛰어 다니거나 심하게 움직이지 말 것: 말이 돼? 군인이라고...

(3) 잠을 많이 잘 수 있도록 할 것: 노력해 보자!

(4) 길게는 3년 정도 두고 볼 일: 뭐시라?

(5) 약은 사람을 오히려 멍청하게 하니 최소한으로 줄이자: 그게 나을는지도!!

 

그냥 살자! 아프다고 생각하고 의식하면 더 아프다. 어차피 실체도 없는 고통이다. 차라리 어디가 부러지던가!!

열심히 하자! 군생활!! 

 

1990년 12월 5일 수요일 맑음 2040

휴우~ 쉽지 않아! 다시 파견!!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그야말로 되는대로, 닥치는 대로, 시키는 대로, 생각 깊이 안 하고 고집 안 부리고 살기로 했는데.. 나 자신조차도 나 자신을 모르고 있으니...

 

싫다. 그런데 요즘 내 상태가 말이 아니다 보니 거부할 명분이 없다. 중대장도 힘들어 보이고 그냥 명령대로 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기간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보장되는 것은 없다. 무슨 학교도 아니고 입 맛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 밤 조금 불안하고 초조하다.

 

1990년 12월 7일 금요일 흐림 1805

어제 부로 새로운 보직으로 파견이 되었다.

 

야간 경계병! 3개 연대가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 부대는 제법 넓은데 현역은 불침번 서기에도 부족하니 방위 중에 인원을 차출하여 야간 경계병을 시킨다. 내가 모르는 별별 보직이 다 있었구나.

 

그런데 잘 들어봐. 이 근무 패턴은 말하자면 2000부터 다음 날 0600까지 교대로 근무를 서고 나서 퇴근했다가 다시 저녁 2000전까지 출근하여 또 근무를 반복하는 것이다. 휴일은 없다. 말이 된다고 생각함?!! 퇴근해서 오전 0900부터 잠자리에 들었다가 늦어도 1600에는 기상하여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부대에서 먹고 자고 하는 게 낫지 않아? 그래도 역시 퇴근해서 바깥공기를 쐬는 게 나은거겟지??

 

임무는 연대 수송부 경계 근무다. 여기에 파견된 근무 인원은 6명이다. 각 대대에서 파견되어 와 있었다. 우리 대대는 내가 처음인 모양이다. 기본적으로는 2인이 1개 조가 되어 2시간 근무 후 4시간 휴식하고 다시 2시간 근무 이런 식이다. 하룻밤에 최대 2번의 근무를 서야 한다. 사흘에 한 번은 1번만 근무를 서면 되는 로테이션이다.

 

어제 첫 출근을 하여 함께 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가 이미 오랫동안 이 보직에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몰랐던 보직이다. 그냥 서로 간에 아저씨라고 부른다. 근무 시간 이외의 휴식과 수면은 수송부 현역 내무반에서...

 

될 데로 되랏!

 

1990년 12월 8일 토요일 맑음 1610

곧 출근해야 한다.

 

수송버스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부대까지 가는 길은 간단하지가 않다. 2시간 정도는 여유를 갖고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남들 퇴근 시간에 부대로 들어가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우선 잠실역까지 시내버스로 이동해서, 구리로 가는 직행버스를 탄다. 구리 시내에서 내려 부대 앞으로 가는 시내버스로 또 갈아타야 한다. 그나마 버스가 자주 있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이다.

 

마음 비우고 그저 주어진 일에, 바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빠른 시간의 흐름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경계 근무는 시간이 빨리 흐르지 않는 일이다. 수면 시간의 불규칙함과 근무의 지루함을 견뎌내야 한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어서 나의 이 현실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시간이 좀 더 빨리 흐르기를 바라고... 조만간 이런 리듬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저 하느님께 감사하자! 죽다가 살아난 목숨 아닌가? 하느님의 뜻이 있겠지.

 

1990년 12월 9일 일요일 맑음 1808

출근! 전에 한 마디 적는다.

8개월이 지났어요.

내일 아침에 봐요.

 

1990년 12월 10일 월요일 흐림 1602

외롭다.

 

경계근무란 매우 외로운 보직이다. 원칙적으로 근무 시간에 한 눈을 팔아서도 안되고, 떠들어서도 안되고, 당연히 졸아서도 안된다. 원칙은 그렇다.

 

어쩐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 속으로 잠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이럴 수밖에 없는 건지... 일단은 나를 버리고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한다. 그러나 정말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나를 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실도피는 아닌 건지...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의미도 없는데... 정확한 판단의 기준도 없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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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다.

죽여라! 자신을 죽여라!

어느새 8개월을 꽉 채웠다.

 

1990년 12월 11일 화요일 흐림 1646

어젯밤부터 급속히 추워졌다. 새삼스럽게 겨울임을 깨닫는다. 기온 자체가 낮았다기보다는 바람이 드세게 불었지.

 

하긴 아직도 겨울이 제대로 시작된 것은 아니니까 그리 추워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야. 왜냐고? 이것보다 더 한 추위가 없겠어? 하긴 다시 따스해질 날도 있겠지. 난 겨울이 싫구나. 병들고 가난하고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겨울은 너무 아프거든. 바람도 싫고 눈도 싫고.

 

최선을 다하자! 늘 되내어 보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지.

 

오늘 밤은 초번 근무구나.

 

1990년 12월 13일 목요일 흐리고 비 조금 1733

오늘 밤 근무 횟수는 1회다. 자정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매일 출근해야 하는 근무 중에 쉬는 날과 같다.

 

1990년 12월 14일 금요일 맑음 1509

어젯밤에는 비가 좀 뿌렸다. 그러나 지금은 맑다. 바람은 좀 부는 것 같다.

 

이 지독한 두통! 마음은 무겁고, 잠은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통은 신경성이라고 하는데 과연 지금 나는 무엇에 집착하며 신경을 쓰고 있는 건지... 

 

마음 단단하게 먹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집중해 보자.

언제나 믿음이 문제다. 할 수 있다.

 

1990년 12월 15일 토요일 맑음 1635

밤에는 꽤 추워서 근무서기가 쉽지 않았다.

늘 하는 결심이지만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않기로 하자. 최대한 몸과 마음을 편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그래도 역시 근무는 외롭고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1990년 12월 16일 일요일 맑음 1643

"축 탄생 22주년!"

우습고 이상한 기분이다. 어느새 22살이 되었다.

 

선인과 용민이 집까지 와서 축하를 해주었다. 내가 움직일 수 없으니까 그들이 왔다.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어쨌든 나는 오늘 밤도 출근해야 한다.

 

남들 퇴근 시간에 출근하는 기분은 어쩐지 을씨년스럽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설 때부터 이미 어두워져 있기도 하고, 내무반 현역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개인 정비를 하느라 부산스러운 시간이다. 다른 세상은 하루를 마무리하고자 할 때 나의 세상을 시작해야 하는 경험은 새롭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고 그렇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저 언제나 나를 걱정해 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전한다.

 

1990년 12월 17일 월요일 흐림 1704

출근길 하늘이 잔뜩 흐려 있다. 내 마음까지도 괜히 소슬스럽다.

야간 경계병을 하면서 외로움이 자꾸 쌓여 간다. 군바리 주제에 이게 뭔 사치스러운 짓이냐?

 

1990년 12월 18일 화요일 맑음 1555

지난밤에는 눈이 내렸어. 매우 좋았어. 기온도 낮지 않아서 근무 서기도 좋았고, 기분도 좋았어. 마치 이불을 덮고 근무서는 느낌이 들었어.

 

오늘 밤도 열심히!

 

1990년 12월 19일 수요일 맑음 1711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성훈이 휴가 나왔다. 누가 봐도 딱 군인! 대한민국 군인이 성훈만 같다면 걱정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헬스 열심히 하더니 몸도 좋고 잘 생기기까지 했다. 그렇게 입대 전에도 워낙 좋았던 몸이 더 좋아졌다. 만져보면 진짜 돌덩이 같다. 사병 주제에 군복이 너무 잘 어울린다. 한 가지 문제는 말을 다소 많이 더듬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실 입대 전에 걱정이 많았다. 그가 걱정을 할 때면 나는 "괜찮을 거라고, 천천히 말해도 목이 터지도록 큰 소리라면 괜찮을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 반년만에 만나보니 말더듬이 사라졌다. 자신도 모른단다. 그냥 고쳐졌단다. 아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 군대 같으니...

 

어쨌든 이제 적어도 화천은 걱정 없겠다. 우리의 무쇠같이 단단한 성훈이 있으니... 게다가 착하기까지 하다. 건강하렴!

 

1990년 12월 20일 목요일 맑음 1709

감기 기운이 돈다. 겨울치레이다. 그래서 외롭다. 나약한 자신이 싫다.

 

1990년 12월 21일 금요일 흐림 1655

매일매일 이 시간쯤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고 초조해진다.

 

변화는 아무것도 없고, 색깔이 없는 것 같은 요즘의 일상에 대하여 염증을 느끼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하기는 나보다 더 힘든 고통과 염증을 느끼고 있는 친구들도 많지.

 

같이 근무를 서는 사람들은 별로 불만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박 영민 일병은 나보다 두 달 늦은 군번이지만 형님이더라. 그는 르망을 끌고 다닌다. 운전하다가 헌병에게 걸리면 큰 일이지만 그 형님은 그냥 배째라다. 친구와 무역회사를 동업으로 운영하는데 늘 시간이 부족하단다. 그래서 차가 없으면 다닐 수가 없다고 한다. 같이 한 조가 되어 친해졌다. 덕분에 퇴근길에 잠실역까지 차를 얻어 타고 빨리 퇴근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다만 근무 시간에는 정신없이 존다. 낮에도 일하느라 항상 피곤해한다.

 

비밀엄수!! 혼자만의 일기장에 살짝 소문내본다.

 

1990년 12월 23일 일요일 맑음 1631

이번 겨울 들어서 제일 추운 날씨라나? 사실 무척이나 시리기는 하더라고.. 특히 발끝이.. 겨울이니까 당연하다 싶지만 추운 거는 추운 거니까 뭐 그렇다고 강원도 최전방만 하겠냐마는... 

 

춥다고 옷을 있는 데로 껴입고, 눈 온다고 스키파카까지 걸쳐 입고는 근무에 나섰다. 생각해 보면 누구를 경계하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경계의 주대상은 순찰자들이다.

 

어젯밤에는 이것저것 잊어버린 것도 많고 무언가 잘 안 되는 그런 날이었어. 안 되는 날은 한꺼번에 안 되는.. 그런 느낌이었어.

 

경훈이 또 휴가를 나왔다. 군생활 잘하니까 포상휴가도 자주 나오는 듯...

윤철이 전화를 했다. 그 먼 곳에서?

 

1990년 12월 24일 월요일 맑음 1701

피 봤다. 어제저녁에 머리를 다쳤다. 피가 터지고 꿰매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절대 의무대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초번 근무라서 복장을 챙겨 입고, 침상에 걸터앉아 군화를 신고 있었다. 수송부 권 상병이 갑자기 침상을 건너뛰다가 미끄러져서는 이빨로 내 머리를 찍어 버렸다. 이마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권 상병도 입에서 피가 터지며 이빨이 흔들거렸다. 내무반은 난리가 났다. 웬 봉변이냐!!

 

옆 내무반에 있던 의무병을 찾았다. 의무병의 진단으로는 빵구가 났으니 꿰매야 한단다. 뭐시라? 지금 어쩌라고... 지혈제를 뿌리고 붕대를 칭칭 감고 근무에 나섰다. 날이 추우니 붕대 감긴 머리가 더 시린 듯했다. 이 꼬락서니지만 야간 경계 근무는 피할 길이 없다. 어차피 인원도 없으니 회피할 생각도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다. 도대체 어쩌자고 그렇게 침상을 건너뛴다는 말이냐? 진짜 내무반에 가장 하면 안 될 행동 중 하나가 침상 건너뛰기 아니었나? 크리스마스라고 흥분한 건가? 하여간 주기적으로 피를 보는구나. 이 놈의 군대!!

 

이젠 정말 중대로 복귀할 때가 된 것 같다. 중대장이 약속한 한 달만이라는 시간을 꼭 지켜달라고 해야겠다.

 

근무를 서고 내무반에 들어오니 권 상병이 끙끙대고 있다. 하기는 이빨이 오죽 아프겠냐고.. 저 정도면 치과 가서 이빨 뽑고 새로 해 넣어야 할 것 같다.

 

퇴근길에 보니 지혈은 된 거 같았고,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약만 잘 발라 주란다. 어머니는 매일이 사건이라며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럴 때는 그냥 현역처럼 부대에 짱 박혀 있었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어휴..

 

1990년 12월 26일 수요일 맑음 1645

참으로 추억 돋는 크리스마스였다.

 

야간 경계병의 문제는 쉬는 날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근무에 투입된다. 최소 두 시간에서 최대 네 시간! 뭐 전방이던 후방이던 경계 근무가 다 그렇겠지.

 

그래도 날마다 퇴근은 가능하다는 점이 위로였다. 취사병은 그게 안되잖아. 방위에게 바깥공기를 마시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어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하루쯤 쉬어볼까 하고 건의했었다. 즉 인원을 반으로 나눠서 하루를 통으로 근무서고 나머지는 하루 쉬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도 부대에서 보내게 되었다. 뭐 크게 기대도 안 했으니까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의미 없다.

 

문제는 출근을 해서 보니 그 연본 인사계 중위 전재동이라는 개새끼가 크리스마스 당일 날 주간 근무 편성에다가 우리를 또 넣어 두었다. 결국 눈 오는 크리스마스에 주간마저도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칙칙한 부대에서 근무를 설 수밖에 없었다. 이건 갈굼 아니야? 건의 하나 했다고 꼬장 부리는 거지?? 아 좆같은 군대 같으니라고... 영원히 기억될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24일 오후에 출근을 해서 야간 근무를 서고, 25일 주간 근무를 서고, 25일 야간 근무를 서고 오늘 아침에서야 퇴근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출근을 준비한다. 나 벌서는 거 맞지?

 

그래, 내가 무엇을 하던 어쨌든 지금은 군복무 중인 것이다. 그래서 그 말도 안 되는 행패를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 군대란 원래 그런 곳이다. 말이 필요 없다. 입만 아프다. 그래도 어쨌든 이제 절반 다 와간다. C8 것들!!

 

1990년 12월 27일 목요일 맑음 1637

영하 16℃

겨울이라고, 그래 추운 것이 당연하지.

 

나의 출근길인 저녁 시간에 집을 나서면 고독감이 엄습한다. 세상에 어쩐지 혼자 서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직행버스를 타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아 오히려 화려해진 도시를 빠져나간다. 언제인가는 그 길을 계속 달려 춘천까지 가보고 싶어 진다. 아마도 그것이 가능한 시간이 올 것도 같다. 올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대하여는 포기하고 체념한다. 차라리 잊어버리는 편이 더 낫다. 딱 지금 바로 눈앞의 발걸음만 쳐다보자.

 

1990년 12월 30일 일요일 맑음 1720

마음을 비우고 포기하거나 잊어버릴 것은 잊어버리고 그렇게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렇게 계산해 보고 저렇게 따져보고 과연 어느 것이 나에 남는 장사인지 생각해 보고...

 

어찌어찌 절반 왔다. 잘 버텼다.

이제 내 찬란했던 22살도 하루가 남았다. 다사다난! 에효!!

 

수송부 내무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