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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rivervox 2025. 3. 7. 23:25

이 책을 읽기 전에 신/영/복을 검색해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 반면, 그 반대 측에서는 천하제일의 빨갱이였다.

 

나에게도 사실 그는 빨갱이다.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그는 빨갱이다. 통혁당 사건을 생각해보면, 그는 전향을 하지 않은 것이고, 죽을 때까지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지식인이었다. 사상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천재였고, 그런 천재성을 발휘하여 써내려 간 그의 글들은 사상과는 상관없이 인생의 길을 살펴보게 만드는 좋은 글이다.

재미있게도 대중적인 술인 소주, 처음처럼의 포장으로 그의 붓글씨가 씌였다. 이 얼마나 정겨운 일인가? 이 극심한 좌우 대결의 시대에 낭만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시비하여 가치도 없는 이념 논쟁에 소주를 끌어들이는 인간들도 종종 있지만, 생각해 보면 술장사가 술판매를 많이 하기 위해 매우 비즈니스적인 결정을 한 것일 뿐이다.

 

20년 20일, 범인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시간을 옥에 갇혀 써내려간 글이다. 여러모로 독특하다고 아니할 수가 없겠다. 그러나 이제 우리 시대의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음을 인정할만한 글들이다. 소설처럼 순서대로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사전을 찾듯이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읽는 것도 즐겁다. 문득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좋다. 좋은 글이니 재미있고 기쁨이 있다.

 

사실 책 전체에 감동적인, 혹은 정말 생각할만한 글로 가득차 있어서, 하나를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읽는 동안 행복함을 느꼈다. 게 중에 마음에 남는 글은 "청구회의 추억"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케 하는 참으로 감상적인, 그리고 감동적인 글이었다. 그때의 그 소년들은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지만, 어떤 기억의 삶을 살고 있을까?

 

저자의 편지는 징역살이 후반에 이르러 새 교도소로의 이사로 인해 다시 활기가 넘치는 느낌도 든다. 그렇게 오래 갇힌 세월을 살았으면서도 환경의 변화는 충격을 주기도 하지만 신선한 자극의 요소가 되기도 하는 듯하다.

 

 "막힌 공간에 흐르는 시간"

 

쉬운 듯 어려운 이 책을 완독 하는데 보름 넘게 걸렸다. 원래 에세이라는 것이 쉽게 읽히는 편이기는 한데, 반평생을 징역살이 한 천재의 글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그 감정의 기복을 따라다니는 것이 어려웠으며, 그 시절 배운 이의 글은 현재와는 다른 것들도 있다 보니 되새김질하면서 읽어 볼 부분도 좀 있었다. 수필 (에세이) 라기보다는 철학서에 가깝다고나 할까? 사실 한 번만 읽어서는 다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다시 읽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도 못하겠다. 얼마나 배움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받아들이고 흘러가는 데로, 마음 가는 데로 놓아두련다.

 

※2025.02.17~20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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