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호빵

rivervox 2025. 2. 23. 11:28

올 겨울에는 호빵을 참 많이 먹었다.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아침이라면 식사 대용이기도 하다.

 

특히 쿠팡에서 14개를 한 박스로 판매하는데 11000원 정도이다. 개당 785원 정도이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나름 가성비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한 박스 사두면 사흘 정도면 떨이다. 미리 잔뜩 쟁여 놓을 필요는 없다. 쿠팡은 밤에 주문하면 새벽에 도착하니 그냥 집 밖에 있는 팬트리와 같다. 물론 밤샘 배송의 노고에 죄송스럽고 감사하다.

호호호호 호빵~~

처음에는 단팥으로만 구성된 세트를 주문했는데,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다 먹었다. 그러다가 피자 반, 단팥 반 세트가 있어서 주문했으니 성황리에 완판되고 있다. 피자라고 하기에는 한 끝 부족한 맛이지만, 피자맛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선호는 단팥이다.

 

단팥으로 말하자면 수많은 변종들이 많으나 내게는 역시 호빵이 감성 원조이다. "찬바람이 싸늘하게~~"로 시작되는 CM송도 떠오르고, 날이 쌀쌀해지면 길가에 나타나는 호빵찜기도 생각난다. 그 시절이야 연탄을 갈아 넣으며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근래에는 편의점 내부에서 전기를 이용한 찜기를 볼 수가 있었다. 그나마 올해는 편의점에서 아예 찜기를 보지도 못했다. 물론 내가 자주 가는 편의점 한정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전자레인지 30초 컷인 제품 포장도 판매되고 있으니 굳이 찜기를 갖추어야 할 필요성도 없을 것 같다.

 

호빵광고

 

집으로 배송되는 제품도 봉지째 전자레인지에서 30초만 돌리라고 되어 있으나, 나는 물컵에 물을 담아서, 호빵을 뒤집어 컵에 뚜껑처럼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서 2분을 돌린다. 그러면 너무나도 적당하게 익혀진다. 촉촉한 수분감과 아주 뜨거운 느낌이 딱 좋다. 고전적 방식인 찜냄비에 물채워 데우는 방식은 잘못하면 너무 수분을 먹어 호빵의 겉면이 다 흐물흐물해지기도 하는데 전자레인지에 물컵을 이용한 방식은 정말 너무 먹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주기에 선호한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고전적 방식을 더 맘에 들어하시니 완전히 취향차이인 것 같다.

 

예전에는 야채 호빵을 좋아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야채호빵은 만두의 변종과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은 원조로 돌아가기 마련인 듯, 나에게는 단팥이 원조였다. 분명 단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는데, 그저 나이먹음이 원죄인 듯싶다.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지점이 많아졌다. 눈물이 늘어가는 것도 그 탓일까?

 

오늘도 아침 식사로 호빵을 먹는다. 아직도 들락날락하는 감기를 이겨내기 위한 약을 먹기 위해 없는 입맛이지만 챙겨 먹는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호빵을 반으로 갈라서 살짝 식혀 먹는다. 그리고 약을 챙겨 먹고 자리에 눕는다. 무언가 나른하다. 약기운 때문이겠지?

 

몽롱한 가운데, 이제 겨울은 거의 끝인가? 호빵도 당분간 끝이려나? 한 번 더? 3월에도 호빵은 좀 오바인가? 꿈꾸듯 되새김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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