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트로트를 듣다

rivervox 2025. 2. 28. 16:20

확실히 트로트류는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종편마다 우려먹고 있는, 이제는 지상파까지 합세하는 모양이지만, 트로트 방송은 좀 지겹기도 하다. 비슷비슷한 타이틀에, 일주일 내내 재방, 삼방... 되고 있으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세월에 흐름에 따라 언제나 신인들은 출현하기 마련이지만, 내게 트로트 가수라 함은, 비롯 즐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현철, 설운도, 태진아, 송대관으로 이어지는 4대 천왕과 나훈아 & 남진으로 대변되는 황제들! 그리고 김연자, 주현미 그리고 장윤정 정도이다. 흠, 적어놓고 보니 제법 많네.

 

확실히 트로트는 오다 가다 어쩌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는 경우는 있어도, 플레이 리스트에까지 정리해 놓고 챙겨 듣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시절 TV에 트로트 가수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문득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살펴보니, 앞서 말한 가수들의 노래가 대부분이며, 거기에 심수봉이나 박현빈 등이 추가되기는 했는데, 역시 최근의 신예들은 아닌 것 같다. 내게는 장윤정, 박현빈이 여전히 신인급이지만 그들도 이제는 그 분야의 나름 큰 기둥이 되어 있으니 나의 착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정리해놓은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니, 문득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그 찬란했던 4대 천왕 중 두 명은 이미 고인이 되어 있으니, 그 노래가 더욱 처연하게 들린다. 어릴 때는 유치하다고 제대로 듣지도 않던 그들의 노래 속 가사가 이제야 마음속에 들어온다. 사실 무심결에 들으면 트로트의 그 찰랑거림은 흥겹지 않을 수가 없으니,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러나 가사는 그야말로 드문드문 아는 정도였는데, 결국 삶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결국 다른 가요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속되게는 유행가라고 불리기도 했고, 지금에 와서는 거창하게도 K-POP 이라고도 명명되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오늘 날의 젊은 세대들도 나이가 들면 문득 그때 그 노래가 좋았지,라고 회상할 수가 있을까? 무언가 날카롭게 잘 조각된 것 같은 현대의 K-POP을 들으면, 확실히 가요보다는 K-POP이라고 해야 더 어울리는 거 같기도, 추억 속에 스며들어 남겨져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감성이라는 것은 그 시대에 맞게 다듬어지는 것이니, 오늘날의 K-POP이라고 먼 훗날의 회상 속 음악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 세상에 없는 현철, 송대관! 두 분의 노래를 듣다 보니, 그게 인생이지요~~ 하는 공감이 된다. 그 시절 이 노래가 발표되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감정을 느낄 만큼 잘 들어본 적도 없으니 당연한 것 같다. 이 역시도 나이 먹음의 또 하나의 증거가 아닐는지...

 

#내마음별과같이

#봉선화연정

#사랑의이름

#해뜰날

#네박자

#차표한장

#유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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