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army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신교대①

rivervox 2024. 3. 20. 19:23

19900409 월 맑음

정신없이 73사단 신병교육대 입소! 아버지 고마워요!!

2구대 17번 훈련병이 되었다.

뭘 했는지 모르고 하루 지나갔어.

정신교육관에 모여 말씀의 홍수를 경험... 웬 강아지가 돌아다니네.

박 상사가 키우는 개라고 한다.

 

19900410 화 맑음

눈을 뜨고 나니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입소식!!

멍 때린다고 단체로 얼차려를...

교육대장님 훈시를 졸다가 말다가 하면서 들었다. 걱정된다.

점심 식사 후 제식훈련을 하는데 어제 그 개가 돌아다니고 있다.

목소리가 이상한데?

불침번 @2200

 

19900411 수 맑음

신교대는 당연히 외부와 차단이 되어 있지만 훈련 자체는 사단 연병장에서 실시!

나보다 1년 먼저 이곳에 입대한 태훈을 만났다. 스쳐지나갔다.

목이 아파. 확실히 소리가 달라졌다. 한 60퍼센트는 사라진 듯...

하루 종일 태양아래서 벌써 목 뒤가 따갑게 타버렸다.

태권도 교육, 국군 도수 체조

신병 교육 상황이 불량하다고 사단장이 화났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이 6시까지 진행되었다.

악으로 깡으로...

 

19900412 목 비

비가 와도 훈련은 이어진다.

C8 C8.. 조교를 향해 욕을 한다. 물론 속으로만...

확실히 쉬었다. 안나오는 소리를 짜내고 있다. 다시 돌아오겠지?

어제저녁을 굶었더니 오늘 아침에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고...

그래도 비 맞으며 훈련하는 게 나으려나. 기우제 하자!!

태극 1장 반복!!

오늘도 교육... 나흘 째 탈영 하면 어떻게 잦되는지 교육 중

이제야 저녁 식사가 맛있어졌다.

모두가 무표정의 표정을 짓고 있다.

똥 쌌다. 나흘 만에... 이런 게 행복이구나!

불침번 @2300

 

19900413 금 비

아침부터 내무반장한테 욕처먹고 한 따까리!

금요일.. 1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의 희생양은 20번 훈병!

저녁 식사 시간에 들은 음악! 비처럼 음악처럼,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울었잖아

니기미 C8 좇도.. 밑도 끝도 없이 욕이 튀어나오기도 하네. 욕만 늘어간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미쳐보자. 악을 가지고 죽을 듯 살 듯

진짜 똥 쌀 시간도 없다. 한번 나오니 자꾸 나오려는 듯...

비야 이제 그만 와!

오늘은 군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교육!

훈병 중에 집총을 거부한 자가 있단다. 제7안식일 교인이라고 한다.

하.. 동기 중에 6개월 방위도 있네. 모두의 부러움과 갈굼의 대상이 되었다.

하... 기차 소리가 들려.. 나 좀 태우고 가라!

 

19900414 토 비

또 비야! 왜 자꾸 올까? 괜히 기우제 하자고 했나 봐.

너무 힘들고 피곤해.

오전에 내무검사! 뭐, 쓸 걸 주고 시켜라

부대 내에서 제일 번듯한 건물이 종교센터였다. 교회래.

목사님 말씀에 감동 먹었잖아. 울고 싶어. 

군대란 가장 복잡/단순, 완전/불완전, 철저/어리숙

모두가 벌써 다음 주 월요일을 걱정하고 있다.

정신없이 지나간 1주일!!

동초 @0200 철원/스키

 

19900415 일 흐림

춥다. 이젠 해야 떠라.

아침부터 피곤하게도 분대장의 화를 돋우는 바람에 한 따까리! 일요일인데...

이제 아예 웃지도 말자!

감동 평화 @교회

내일 걱정은 내일, 오늘만 생각하자!

훈련소 담을 따라 지나가는 시내버스의 불빛! 나도 집에 가고 싶어!!

오늘의 정신교육은 군영화관람 : 김치국 일병, 이걸로 사기 진작이 되는 건가?

 

19900416 월 비

2주 차! 열심히 하자!!

모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보냈다.

총검술!

잦같은 하루였다고 진짜루..

팔이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총검술!

주먹 쥐고 엎드려 뼏쳐! 그저 숨 쉬고 있는 게 잘못인 건가?

누가 야간 사격을 하나 봐. 총소리가 난다

일요일 뭐 좀 먹었다고 배탈이 났다. 

팔다리 허리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불침번 @0100

 

19900417 화 맑음

비 그쳤다.

오전 내내 어제에 이어 총검술! 피곤 피곤! 끝났다!!

내무반장이 히스테리를 부린다. 우리가 뭔가 잘못했겠지.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간다. 그리고 춥다.

임 조교가 수고했다.. 라고 한다. 모두 놀랐다.

배고픈 하루 그러나 맛은 없었다.

단군/테이블, 오늘은 긴 밤!

 

19900418 수 맑음

훈련소 10일 차

태권도 교육을 받았다.

수류탄 교육을 받았다.

철저하게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고 몰두!

계속 화기애매한 분위기...

치솔이 사라졌어.

동초를 서는데 새소리가 들리고 자동차의 질주소리가 들리고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3회!!

별빛은 너무나도 초롱초롱하다만 춥다. 시간이 참 안 흐르네.

동초 @0100 라디오/케이스

 

19900419 목 맑음

사격 훈련 시작,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오늘만 같으면 훈련도 받을만하다.

스스로 군기를 잘 챙기도록 하자!

노가다 한 시간!!

내무반장 급흥분, 오랜만에 한 따까리!!

이런저런 맛이 간 동기들 속출이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그렇게 2주 차 지나가고 있다

긴 밤 문살/창살

 

19900420 금 흐림

진짜 금요일, 좋은 날!

아침마다 구보는 참 쉽지 않다. 난 그동안 뭐 한 거냐??

사격 훈련은 총검술에 비하면 편하기는 하다. 그래도 총을 쏜다는 것은 무섭지 않을까?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고 한 따까리 했다.

사격을 잘하자!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진무의탁 자세, 전진무의탁이 무슨 뜻이지?

임 조교와 박 조교 가 너무 힘들게 한다.

저렇게 덩치 좋은 애들이 왜 방위병으로 조교를 하고 있는걸까?

하기는 나는 왜?

 

19900421 토 흐리다가 맑아짐

주말의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모처럼 화장실에서의 안락함을 느꼈다.

긴장 속의 내무검사, 하나 털렸다. 개인피복 중에 내가 받지 않은 게 있는 듯

오늘도 교육대장님의 훈시!

예 그렇습니다, 외에는 다른 말은 필요 없다고...

내무반장이 머리를 깎아 주었다.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 자대가면 사용하게 될 출입증용 이란다.

노래를 부르며 빨래를..

불침번 @0100 사자/월남

 

19900422 일 흐리다가 비

요즘에는 매일 흐리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듣고 싶구나.

긴장이 풀어지면 오히려 더욱 피곤하다.

예배, 목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잘못된 안주를 거부하시기에 고난과 시련을 주신다고.. 그래도 시련은 싫어!

내무반의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 일요일마다 비가 내리네!!

정신교육 군영화관람 : 이하동문입니다, 재미없다구...

저녁에 또 예배,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 오늘 고생으로도 족하다!!

동초 @0400 오리/사진

 

1990년대와는 다른 새로운 73사단 부대마크

 

73사단가

그래도 사단가는 변하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