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었다.

디테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뫼르소>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마치 관용어구처럼 기억되어 있다.
유명하다니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철학으로써 접근했어야 했는데, 소설로만 읽었다. 하기는 철학으로 접근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0대였다. 그러나 50대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뫼르소는 그냥 미친놈이다. 세상에 없는 인간형은 아니다. 너무나도 흔한 남의 일에는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자신에게조차도 무관심한 그런 유형의 인간이었다. 그렇다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호의와 무관심으로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그런 삶이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조차도 그런 적당한 호의와 무관심으로 일관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사건에서 시작되어,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일상을 살고, 가끔은 여사친과 섹스도 하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바다고 가고... 너무나도 평범한 삶이었다. 그 와중에 돌발적인 살인! 살인의 이유는 태양이 눈부셔서... 동기로는 어이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닌 다음에야 나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 뫼르소! 제대로 된 이해를 받지 못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재단하고 평가한다. 기자들의 등장도 그런 대중들의 무지한 관심을 대변하는 듯 하다. 여름이어 별 사건이 없다 보니 돈 될만한 꺼리를 찾아 이 재판까지 찾아왔다는 기자들의 인사라니... 현재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그 시절부터 그렇게 기생충 같았다.
결국 책임과 선택은 나 자신의 몫 아닌가? 적극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형 선고를 받게 되는 상황은 매우 답답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는 "행간을 읽으라"는 말을 참 싫어한다. 내 마음조차도 제대로 모를 때가 있는데, 타인의 말이나 글의 숨은 뜻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은가? 물론 현실적으로는 사회 생활을 할 때는 그런 눈치도 필요하고, 심지어 시험을 볼 때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다.
그런 세상에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증명하지 못한 책임과 선택은 나 자신의 몫 아닌가? 적극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형 선고를 받게 되는 상황은 매우 답답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타인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그는 그렇게 타인에는 물론이고 자신에게조차도 이방인으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심오한 척, 혹은 이해하는 척 했지만 사실상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은 짧은 단편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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