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 14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8월

1990년 8월 1일 수요일 맑음 2150당연하겠지만 오늘도 미치도록 더웠다. 으헉 1500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설마 진짜 시킬 줄은 몰랐는데... 지난달 72사단 사망 사건 이후 한동안 지켜지던 혹서기 지침은 잊히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작업은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유격이 없단다. 이유는 국군의 날 행사 참여 요원으로 선정되어, 카드섹션 연습을 해야 한단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앞으로 두 달여간 큰 훈련이 없다는 의미가 되겠다. 다행이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몸빵 하는 훈련보다는 낫겠지. 아닐 수도 있으려나? 정말 훈련이 아예 없을 리가 없고, 오히려 짬짬이 더 빡빡해질 수도 있겠다.  지난해는 팀스피리트에 참가했다고 하고, 그전 해인가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도 참여했다더니, 올해는 카드..

book one/army 2024.06.15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7월

1990년 7월 1일 일요일 맑음 2255날씨가 무척 좋은 하루였다. 좋은 것은 날씨뿐, 언제나 일요일은 빠르게 지나간다. 초중고 시절 늘 스포츠형 머리였고 헤어스타일에 크게 관심도 없고 스타일링도 귀찮으니까 짧은 머리가 편했는데... 그건 내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을 때의 이야기이고, 막상 규정에 따라 몇 미리의 짧은 머리로 규제를 받고, 고참들의 감시를 받으니 머리 길이에 더 집착하게 된다. 특히 출퇴근을 하는 방위들은 머리 길이에 더 민감한 것 같다. 고참들은 1미리라도 기르고 싶어 하고 간부들은 매의 눈으로 살핀다. 혹시라도 수송버스를 놓치게 된다면 헌병애들까지도 참견을 한다.  이제 겨우 3개월 차인 이등병에게 중요한 것은 짧은 머리! 알아서 미리미리 준비한다. 이발사 아저씨마저 뭐 깎을 것도 ..

book one/army 2024.04.19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6월

1990년 6월 4일 월요일 맑음 2140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다. 패배감을 느끼고 절망하게 된다. 긴장된 하루하루가 힘들게 지나간다. 이것이 아니었는데, 세상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하루가 빡빡하다.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고 나 자신의 책임이다. 요즘의 시간은 사실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무 것도 없다. 일과의 대부분은 시키는데로 움직여야만 한다. 그저 5시 퇴근이 큰 위로이지만, 종종 그것도 못할 수 있으니까... 1990년 6월 7일 목요일 맑음 2150205연대 1대대 2중대 3소대 1분대자대에 배치된지 어느새 한 달! 정신없이 어찌어찌 지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일상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저 맨처음의 황망함은 이제 ..

book one/army 2024.04.11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1990년 4월

2024년 2월 1일 프롤로그기록하기를 즐기다 보니 군 복무 시절 써놓았던 작은 메모들이 남아 있다. 그 일기장을 34년 만에 다시 꺼내어 읽어 보았다. 지난 30여 년간 아마 두어 번 정도는 꺼내어 봤으리라. 그러다가 오늘 다시 보니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세월 때문이려나? 무언가 정리가 필요한 상황 때문이려나? 나이 먹고 "라때는"이라는 말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시절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힘들었지만 그립기도 하다. 18개월의 군 복무! 국방부 소속이지만 현역은 아니고 그렇다고 흔히 알고 있던 방위도 아니었던 시간! 전투 방위!! 남들보다 더한 고생을 했다고 할 것은 없지만 조금은 남다른 군 생활이었다. 훈련을 이야기하자면 30개월 복무하던 현역들의 훈련을 1..

book one/army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