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속아서, 제주도 방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 속아서...
티저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꼬셔서 결혼하는 단순 코미디 시대극인 줄 알았다. 그래도 아이유 & 박보검... 조합이라니 흥미를 끌었고, 티저 자체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3월 28일을 기다렸다. 다 올라오면 그때 봐야지 하면서... 수많은 숏츠와 릴스의 스포일러에 노출을 견뎌내며, 그래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며 기다렸다. 그 와중에 폭싹 속았수다 = 매우 수고했습니다 라는 점은 배웠다.
드디어 어제 개봉하여 오늘까지 쭈욱 봤다. 쭈욱~~ 난 이 드라마의 최대 장점은, 복선과 떡밥 등의 완벽한 회수라고 본다. 어느 한 구석 소홀하게 놓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시원스럽게 해 주었다. 열린 결말이니 뭐니 하면서 15회까지의 흥분은 마지막 한 회가 쓰레기통에 던져 놓는 참사, 예를 들면 부잣집 막내아들, 로 인해 속을 뒤집어 놓는 경우도 많았는데...
정말이지 이 드라마는 부잣집 막내 아들 이후로 오랜만에 본 드라마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히트작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1 이래로 그 수많은 히츠 시리즈, 더 글로리, 중증외상센터... 등등, 아무 드라마도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워낙 넘쳐나는 숏츠로 모르는 스토리가 없는 기분이다. 일부러 보지 않은 것은 아니고, 몇 시간 죽치고 앉아서 봐야 하는데 내 시간을 투자할 만큼 극적인 흥미까지는 생기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 한 달여간을 기다리면서 폭싹 속았수다 역시 릴스가 넘쳐나고, 친절한 나무위키까지 더해져 이미 시청 시작도 전에 스토리는 다 알 지경이 되었다. 예전에 밝힌 바 있지만, 나는 스포일러도 상관없다고 보는 사람이며, 오히려 미리 알고 보는 것이 스토리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평소 나의 취지에 이 드라마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맞았다. 그래서 어제부터 보기 시작하여 오늘까지 마라톤 주행을 마쳤다.
생각만큼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분명 신파의 포인트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눈물이 나지 않는 나 자신의 모습에, 갑자기 중년 갱년기가 치유된 것인가 싶은 당혹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좋았다.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나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주었다. 억지 반성은 하지 않으련다. 내 입장이 있으니 사실 양관수에게 많이 감정 이입이 되었음은 고백해 본다. 특히 박보검의 그 눈은, 소년미에 더해지는 그 가장의 눈망울은 참으로 잊지 못할 것 같다.
끝으로 우연히 어떤 기사를 봤는데, 참으로 못되게 글을 썼더라.
진짜 멋데로 떠들어 놓고는 자유기고라고 한다. 왜 드라마의 진부함에는 공감하면서 댓글을 보면 이 기사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지 글쓴이는 생각해봐야 할 듯...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글쓴이 본인이 원하는, 페미니즘적인 스토리가 없음을 역사의식의 부제인 것처럼 돌려 말하는 매우 주관적 견해로 가득 차 있었다.
공감능력이 이 정도로 떨어지는 자가 어떻게 작가라며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각각의 드라마마다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다 있는 법이다. 때론 역사가, 때론 시민의식이, 때론 개인사가... 드라마의 디테일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고, 소문에 비하면 좀 허술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작가나 배우들이 무엇을 말하고 연기하는지에 대하여 깊이 공감되기에 충분히 재미있었다.
게다가 기사 제목까지도 최악의 어그로를 끌더니, 쪼금은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제목을 바꿨더라. 그러나 이미 박제되었다. 이 정도면 기사를 그냥 내려라. 데이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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