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축! 개교 90주년!!

rivervox 2024. 11. 24. 14:55

어느 고교 앞을 지나다 보니 개교 40주년 행사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축하해요! 서인천고!! 개교40주년~~

 

찾아보니 나의 모교는 올해 개교 9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 깜짝이야. 대충 생각은 했지만,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게다가 검색을 하다 보니 90주년 관련된 자료가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기념식 참석 기념사진이어서 당황스럽네. 우하하~~

 

졸업할 때는 몰랐지만, 살아오면서 이렇게 학교를 찾아갈 일이 없을지는 몰랐다. 삶이 팍팍해서인지 졸업 후에 학교를 찾아가거나 은사를 찾아뵐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수십년이 흘렀을 뿐이다. 당시 선생님들께서도 이미 오래전 은퇴하셨을 테고, 일부는 이미 고인이 되셨겠지. 아마도 성의 있는 친구들이라면 진작부터 모교나 동문회를 찾아다녔겠지만 게으르고, 내향인인 나로서는 그조차도 부담이었다.

 

졸업한 지도 이미 40여 년에 가까우니, 남아있는 것은 그저 사진 몇 장과 추억뿐이다. 모교는 주 3회 체육 시간 중 1회는 유도를 하도록 했다. 운동에 그다지 소질도 없고, 덩치도 보통이었던 나는 유도 시간이 참 싫었다. 유도장에서 나는 그 쾌쾌한 땀냄새도 싫어했고, 엎어치고 매치고... 하여간 즐겁지 않았다. 10여 명 정도가 한 조를 이뤄 풀리그로 대결을 벌였고, 그 승패에 따라 그 학기의 성적이 부여되기도 했다. 당시 한 반의 학생수는 60명 정도였고 키순에 따라 조를 이루었으니 아마 6개 정도의 리그가 구성된 셈이었다. 나는 잘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못할 것도 없는 일이었는데, 확실히 적극성이 부족하고 수줍음이 많았던 성격 탓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교유 관계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세월이 흐르면서, 스스로가 왕따를 자처하게 된 것 같다. 물론 미국으로 건너가 10여년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영향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역시 내가 그리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때문인 것 같다. 나이를 먹게 되면서는 인간관계의 확장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인간사의 엮임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러다 보니 나의 옛날이야기를 자꾸 떠올리게 되는 경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나에게 우선 순위는 나 자신과 가족이다. 그 외의 것들은 매우 부차적이고 부질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다가는 나의 죽음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차피 죽음 뒤에 이승의 일을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살아 있는 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

 

그래도 마음 한 편으로는,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 진짜 먼지만큼의 흔적이라도 남아 있을리는 없지만 그저 그렇게 내 삶의 반짝반짝 빛나던 현장을 반추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요즘은 학교에 외부인 출입을 매우 철저하게 제한하는 분위기인지라 그저 동네 마실 가듯이 쓱 나서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니 생각만 해본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동문회니 하는 것에 참석하는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다. 뭐, 여력이 있어 장학금이라도 내놓겠다고 한다면 모를까? 그저 오래된 졸업생이 구경한 번 해보겠다고 방문하는 것을 그리 반길 것 같지도 않다.

 

생각이 거듭되니 자꾸 유치해지는구나. 그저 지나간 그 시절 "좋았다"는 기억 하나면 충분할 일인 것을...

 

그래도 잘 버텨온 모교의 개교 90주년을 기쁘게 축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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