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춤추는 40대 아.저.씨

rivervox 2024. 11. 15. 09:26

50대로서 쓸데없는 오지랖 중의 하나는, 춤추는 사람은 나이들면 어떻게 살지? 라는 생각이었다.

 

가수, 배우, 탤런트 등등 말 그대로 특출난 재능을 부여받은 사람들이어야 가능한 일들 중에, 유독 댄서들은 어떻게 살아 가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는 삶의 코스를 거쳤던 나에게 그 많은 딴다라 중에서 유독 댄서에 대한 걱정(?)이 컸다. 나이 먹고 몸이 말을 안들으면 어떻게 하냐? 평생해온 일을 그냥 포기해야 되는건가? 이성적으로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성적으로는 쉽게 인정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 인생이 더 우월하다, 뭐 이런 류는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냥 오지랖이었던 것이다.

 

오늘 내 그런 편견이 무색해지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았다.

춤추는 40대 아.저.씨

확실히 어릴 때는 몰랐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가지게 되는 삶의 그루브가 있다. 그런 그루브는 내 삶의 어디선가, 어떤 방식으로든 묻어 난다. 대화할 때, 일을 할 때, 혹은 혼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그런 그루브가 있다. 특히 몸놀림에 연관된 일이라면 그런 그루브가 더욱 잘 묻어 나온다. 몸놀림에 약한 나로서는 그런 그루브를 충만하게 드러내는 일이 드물지만, 이렇게 성숙한 중년의 그루브가 가득한 춤을 보니 너무나도 행복했다.

 

틀릴 수도 있고, 더 빨리 지칠 수도 있다. 나이를 먹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더러는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있어 놀라운 특종으로 소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젊음을 따라 갈 수는 없다라고 느껴진다. 젊음은 시간이며, 시간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일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나만의 그루브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꾸려 가는 모습을 보며, 다른 감동을 느낀다. 최근에는 조용필의 20집 앨범을 거의 매일 듣다시피 한다. 원래 잘 하는 가수였던 조용필이기에 실망은 없다. 70대 중반에도 이럴 수가 있다니? 라는 감탄은 오히려 유치하다. 그저 평생 같은 일을 해 온 그의 그루브가 그대로 말없이 다 느껴지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다.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하던 일을 그저 우리에게 보여주었을 뿐이다.

 

오래될수록, 반복할수록 쌓이는 감동이 분명히 있는 법이다. 춤추는 걸 배우고 싶어졌다.

 
Threads에서 보기

'book one > day by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복세대  (1) 2024.11.17
낭만의 시대  (0) 2024.11.16
가울 옷 입기  (1) 2024.11.14
모기와의 전쟁  (4) 2024.11.13
사치스러운 일상, 커피 내려 마시기  (2)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