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가울 옷 입기

rivervox 2024. 11. 14. 11:18

날씨가 하도 요상하여 가을인지 겨울인지, 그래서 가울 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물론 억지다.

 

확실히 기온의 오르내림이 선명하다보니, 기억도 또렷해지는 것 같다. 한 때 샌디에이고에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 오래살던 교민으로부터 1년 365일 좋은 날씨여서, 오히려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왜? 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칼같이 추운 날, 혹은 혀빠지게 더운 날을 1년 내에 겪다보니, "아, 그 날! 그 날 비왔잖아!" 뭐. 이런 식으로 각인되는 경우를 겪고 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그 날씨가 더운 변화무쌍하여, 분명 어제까지도 겨울옷을 꺼내 입고 돌아 다녀야 했는데, 오늘은 또 봄도 아닌 여름처럼 온도가 올라가 겨울처럼 입고 나선 길에 땀을 빼게 만든다. 매일 입는 옷을 걸어 놓은 옷걸이에 지금은 자그마치 세 쌍의 옷이 걸려 있다. 냉감 바지&반팔티, 면바지&맨투맨, 보온성 있는 바지&기모티셔츠... 늘어 놓는 것 싫어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시절이라면 이미 다 세탁 완료해서 보관 모드로 들어갔을텐데, 올해는 그러지 못하고 넣어 두었다, 꺼냈다를 반복했다. 그렇다고 한 번 입고 세탁을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로 계속 그렇게 옷걸이에 걸려 있다.

 

그런데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가울날이라니, 완전히 혼돈 모드가 되었다. 최고 기온을 확인해보니 18℃에 이른다. 기온만 보면 늦여름의 옷차림이라고 해도 괜찮을 법 하다. 그래도 가을비라면 쌀쌀한 감이 있지 않을까? 옷 잘 입는 사람은 레이어드해서 입고, 더우면 벗으면 된다고 하는데, 그걸 챙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결국은 면바지&맨투맨에 누빔 점퍼를 곁들인다. 누빔 점퍼는 바람막이보다는 두껍지만 아주 얇은 편이라서 도움이 될 것 같다.

 

패션은 그닥 모르고 살았는데, 기후의 지각 변동으로 신경을 쓰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고르려고보니 정말 옷이 몇 벌 없기는 하구나.

 

이래 놓고는 다음 주는 또 영하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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