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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인천12/40 센터 알바 후기

rivervox 2024. 6. 21. 17:06

이런저런 사유로 당분간 휴식기!

그렇다고 마냥 쉰다는 거는 좀 어색해서, 가벼운 알바를 해보기로 한다. 여러 가지가 가능하겠지만 일단 접근성이 쉬운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해본다. 쿠팡 물류 센터는 CFS(=Coupang Fulfillment Service) 로써 CLS(=Coupang Logistics Service) 인 쿠팡 친구와는 소속이 다르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인천 40 센터에서 일일 알바를 했다.

굳이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1. 셔틀버스 정류장이 집 앞이라서 출근이 용이하다.

2. 12/40 센터는 신선센터라서 냉장 혹은 냉동고 작업한다고 하니 여름에 안 덥겠지.

3. 새로 생겼다고 하니 깔끔하겠지.

4. 딱 8시간만 근무하면 되니까 일반센터보다는 덜 지겹겠지.

 

대충 이런 이유로 40 센터의 출고업무(OB)를 택했다. 12 센터와 40 센터는 한 건물의 위, 아래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40 센터가 더 최신이라고 해서 선택했다. 더군다나 출고라면...

 

결론은,

1. 셔틀버스 정류장이 정말 코 앞이니 너무 편하다. 탑승 후 30분 정도 수면상태로 이동!

2. 시원했다. 그런데 제공해 주는 방한복을 입고 작업하다 보니 땀이 났다. 많이...

3. 깨끗했다. 40 센터는 오직 수박 1개 품목만 취급한다. 7kg 기준으로 미만, 이상의 두 가지 분류만 적용!

4. 무언가 덜 지겨웠다. 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마음가짐 문제였던 걸까? 1시간 일 더하는 게 참 크더라.


 

물류센터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지는데 입고, 출고 그리고 허브이다. 보통은 입고, 출고 업무가 좀 편하고, 허브가 힘들다고들 한다. 거의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확실히 허브가 좀 더 무겁고, 좀 더 바쁘고 그렇다.

 

40 센터 취급 품목이 수박이라고 해서 '쉬발' 했다. 당일 알바 출근 인원은 8명이었는데, 각자 업무를 부여받는 와중에 나의 업무는 에어백 충전이었다. 쿠팡 수박을 배송받아보면 종이 박스 안의 에어백 속에 수박이 곱게 담겨 있다. 웬만한 충격에 수박이 파손되지 않도록 꽤 커다란 에어백이다. 뭐 그래도 결국 터질 놈은 터지겠지만...

 

롤로 보이는 준비되어 있는 비닐팩을 컴프레셔에 연결된 공기충진기에 잘 부착해서 공기를 주입하고, 한 장씩 떼어내서 가방처럼 잘 접어서 커다란 롤테이너에 담아 두는 일을 담당했다. 뭐 난이도라고 할 것도 없는 수준이었고, 힘들 것도 없는 일이다. 다만 롤이 제법 무겁고, 롤러가 제법 높아서 교체 시에 제법 힘이 필요했다. 보통의 여성들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무게일 듯...

 

에어팩을 한 장씩 떼어내는 일이 약간의 전완근의 힘을 필요로 했다. 전완근도 없는데 말이지. 8시간 내내 떼어내고 접고 하다 보니 어깨와 손가락이 꽤 아팠고 힘을 쓸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계속 서서 일을 하다보니 허리와 다리가 매우 아팠다. 오전 4시간은 잘 버텼는데,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확실히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하게 체력이 소진됨을 느꼈다. 집중력도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변화를 주기 위해 수박 포장하는 작업을 돕기도 했다.

 

역시 8시간 내내 서서 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은 뭐 어느 센터에서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애당초 신통치 않았던 어깨와 팔꿈치 그리고 허리의 통증이 회복되는데 사흘 정도 걸렸다. 금요일 알바였기에 하루치 알바비는 월요일 오후 5시 정도 입금되었다.


오전 4시간 정도만 작업하는 포지션도 있다. 물론 일부 센터의 일부 작업만 해당하는 업무이다. 마침 12 센터의 입고 와 허브가 가능하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어제 업무 신청을 했는데 바로 출근 확정이 났다.

 

12 센터를 선택한 이유는,

1. 달걀 등과 같이 가벼운 신선 상품만을 취급한다더라.

2. 40 센터는 좀 덥더라. 하긴 뭐 수박 운반하는데 냉장고까지 필요하지는 않지.

3. 다른 센터 분위기 파악

4. 전략적으로 허브 업무 신청

 

 

결과적으로

1. 최종적으로 포장 완료된 박스를 팔레트에 적재하는 일이다. 그래서 제법 중량물이 꽤 있었다. 역시 허브는 허브였다.

2. 훨씬 시원했다. 다양한 신선 상품을 취급하다 보니 40 센터보다 온도를 더 낮춰 놓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작업 중에는 역시 땀이 나더라.

3. 사실상 같은 건물이고, 출퇴근도 같은 담당자들이 대응하고, 점심 식사도 같은 식당에서 시차를 두고 먹는 거니까 다를 게 없었다. 말하자면 한 회사의 다른 부서라고나 할까? 12 센터 허브 매니저는 꽤 친절했다. 어딜 가나 힘들게 하는 거는 역시 사람이다. 지난번 23 센터의 경우 좀 그랬다.

4. 허브가 좀 더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건 사실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듯... 그러나 익숙해지니 할만했고, 게다가 4시간 정도의 작업이 내게는 적당한 수준, 다만 확실히 돈은 안됨.


어차피 4시간만 일하는 거니까 일의 강도는 크게 상관없었다. 확실히 40 센터에서 담당했던 일보다는 힘을 더 써야 했지만 40 센터에서도 수박 포장하는 일이었다면 별다를 것 없는 수준이었을 듯... 

 

다만 수박 포장 업무는 중간중간 짬짬이 여유가 있었는데, 허브는 그렇지는 않았다. 정말로 4시간 동안 계속 개미같이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나 역시 4시간만 하면 되는 일이다 보니 심적 부담도 적고, 피로도도 적었다. 오히려 이 정도라면 매일 꾸준히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결과적으로는 역시 중량물이 제법 있다 보니 지금 이 순간 어깨가 뻐근하기는 하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어서 하루 걸러 한 번씩 4시간 근무 정도는 해볼 만하겠다. 8시간은 정말 지겹기는 했다. 큰돈이 되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딱 한 끼 밥값 정도이다. 그리고 몸도 좀 움직이니까 가만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고...


자고로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오늘 그리고 지난번, 같이 일하던 사람들 중에는 아마도 거의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쿠팡이 좋아하는 일종의 무기 계약직! 정말 열심히 일하더라. 정말 일의 난이도는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수준의 단순함이지만 나름 어떻게 적재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쌓을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그리고 나에게 알려주면서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젊은 친구들!

 

당장은 대단한 비전을 찾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열심히 오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동을 받는다. 요즘은 참 감동 자주 받는다. 늙었나부다. 그래도 그런 그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 당분간 계속 출근해 볼 생각이다. 물론 쿠팡에서 확정을 해줘야 하는 일이기에 내 맘대로 출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출근 신청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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