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시작은 싸이월드 였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된 나의 싸이월드! 무언가 제대로 백업도 받지 못하고 다 사라진 것 같다. 내가 제대로 받아 놓지 않은 건지 아예 그럴 기회가 없었던건지 기억이 없다. 사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블로그라기보다는 개인 홈피에 더 가까웠고, 블로그의 시조는 역시 블로그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블로그인 역시도 소리소문도 없이, 백업의 기회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쉬웠지만 역시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유는 이글루스에 있었다. 나는 싸이월드, 블로그인 그리고 이글루스에 동시에 글을 올리며 일종의 상호간 백업 역할을 맡겼다. 그래서 같은 내용과 사진의 글들을 세 군데 동시에 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 정성이었는데 젊어서 가능했던 열정이었다.

또 그 사이에는 me2day 가 있었다. 제3의 백업 장치였던 셈이다. 사실 미투데이는 일반적인 블로그와는 좀 다른 형식이었다. 말하자면 블로그의 숏츠 혹은 릴스 라고나 할까? 그렇게 정말 짧은 단문으로 쪽지처럼 쓰던 그런 블로그였다. 그야말로 머리를 거치지 않은 맘 속의 말을 그냥 찍~ 뱉어내던 곳이었다. 초기의 트위터와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다. 무언가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곳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자그마치 3개의 블로그를 꾸려가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각 서비스마다 구성에 차이가 있어서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담는 내용은 동일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피했다. 어쩐지 너무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었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전형적인 "MBTI 의 극 I" 였던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한적한 뒷골목을 배회하기로 선택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망했다.
상상도 못한 일이다. 순차적이기는 했지만 세 군데 서비스가 모두 문 닫는 날이 오다니... 결국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라고 했으니, 역시 네이버가 이 세계관의 최강자이다. 결과적으로 20세기 말 그리고 21세기 초 나의 온라인 기록은 온라인에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글루스와 me2day 는 그래도 백업을 받아놓기는 했는데, 기술적으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오늘 그 백업을 열어보니 마치 잃어버렸던 일기장을 다시 찾은 기분이 든다. 온라인 상에 풀어 놓을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PC 안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굳이 풀어 놓을 필요가 있겠는가?
믿기지가 않는다. 20대 혹은 30대가 말그대로 엊그제 같은데 나는 지금 50대 한 가운데 서있다니... 애써 뒤돌아보며 이루지못한 꿈에 대해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가지지 못한 것들로 인해 지금 가지게 된 것들도 있으니 그거면 됐다.
네이버에는 내 40대가 좀 남아 있으니 그걸로 괜찮다. 희안하게도 다시 보는 20 혹은 30대는 그리운데, 40대는 어쩐지 민망하다. 그것은 아마도 기록보다 더 많이 머릿 속에 남아있는 기억들 때문인 것 같다. 차마 글로 다 쓰지못한 쑥스러운 기억들! 실패, 좌절 혹은 분노의 기억들!!
지나고나서보니 좀 더 충실하게 기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요즘은 글보다는 영상의 시대이다보니 더 뚜렷하게 기록을 남길 수가 있는 것 같은데, 들쑥날쑥실한 기록의 흔적들을 보면 아쉽기도 하다. 좀 더 잘 적어 놓을걸.. 이 역시도 현실적으로 그럴 여유를 갖지 못하고 숨가쁘게 뜀박질을 했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는 증거가 되는걸까?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봐도 저렇게 생각해봐도 지나간 시절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더 크다. 인생은 원래 그래? 다만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후회와 아쉬움은 접어 두려고 한다. 아직 살아가야할 날들이 남아 있고, 그 날이 단 하루일지라도 열심히 살아야할 가치가 있으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해야만 다시 또 지난 길이만큼의 세월이 흘러 오늘을 돌아봤을때 하하호호거리며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네이버는 나보다 더 오래 버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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