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50대의 어느 날

rivervox 2025. 3. 12. 11:52

급하면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오늘 아침에는 이 옛날 말이 맘에 들어온다. 바늘허리에 실매어 못쓴다, 바늘허리에 실매어 쓰랴 등등 같은 속담이 살짝 다르게 많이 있지만, 초등 교과서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고 하니, 이것을 대표작으로 선택!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어제의 일로 마음이 많이 상해, 험한 말도 많이 하고, 소리도 지르고, 몸짓도 하고... 결국 화는 나 자신과 가족을 가장 상하게 하는 일이거늘, 성질 데로 다 해버리고 후회하는 아침을 맞이하였다.

 

그렇게 마음이 어지러워, 라벨의 볼레로로 시작하여, 피아노 소품 몇 곡을 듣다가, 여기에 이르렀다.

바흐, 골드베르트 변주곡 BMV 988 by 손민수

 

확실히 바흐의 음악은 원초적 정화의 느낌이 있다.

 

50 중후반을 지나다보니, 삶의 주변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 물론 내일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내일 당장 어떻게 될 수도 있는 나이라는 생각도 든다. 밤 새 안녕이라고 했으니...

 

가끔 쿠팡 센터에 알바를 나가는 이유도, 팔레트에 박스를 적재하다 보면, 잘 정리한다는 것을 실체적으로 체험하며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정리 정돈이 취미라고 할 정도이니, 그런 일이 성향에 제법 잘 맞는다. 물론 몸은 좀 힘들지만, 그것도 이제는 제법 적응이 되어, 이 나이에도 하루 종일 서서 움직이는 일을 할 수 있음에 스스로를 칭찬하며 감사한다. 더불어 젊은 친구들과의 교류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원초적인 일이어서 그런지 서로에게 좀 더 진지해지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일 하나를 하더라도 빠르게 보다는 정확히 하려는 마음이 더 커진다. 큰 그림을 그리고, 듬성듬성 맞춰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내려면 결국 꼼꼼한 마무리가 필수이다. 급하다고 성질 데로 하다 보면 주변과 트러블만 늘어날 뿐이고, 결과도 신통치 않은 것은 경험을 통해 이미 충분히 알지 않는가?

 

이 나이가 삶 자체를 포기하거나, 의욕을 상실하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중간 점검은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잘 해온 것은 좋게 기억하고, 이제부터 해야할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길지도 짧지도 않을 시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가운데는 자식들에게 미래의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것도 포함된다.

 

어젯밤에는 아들과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서로에 대한 감정과 느낌
  • 서로에 대한 평가
  • 현실적인 고민들
  •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런 것들에 관한 가벼운, 그러나 자주 하지 않게 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만간 함께 여행을 떠나 진지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여행 기간 중 80 은 따로, 20은 또 같이 이런 느낌이 될 것이다. 아들보다 더 이기적인 아빠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다. 초등시절처럼 일거수일투족을 돌봐야 할 필요도 없고, 이젠 아들도 군복무까지 마친 성인이니 이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아니 어쩜 이제부터는 내가 아들의 돌봄을 필요로 할런지도...

 

아드레날린의 급분출로 간신히 밤잠을 이루고, 그 여진이 남아있는 오전 시간! 음악을 듣고, 글 몇자를 적으며 스스로를 달래 본다.

 

그리고 이럴 때는 매운 맛의 "세이노의 가르침"이 즉효약이기도 하다. Let's play audiobook by 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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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광고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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