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전자책

rivervox 2023. 9. 8. 00:11

공허함을 채우기위한 첫 번째 행위는 책읽기이다.

 

비디오 형식의 미디어에 빠져 지내느라 잊고 지냈던 전자책 구독을 다시 했다. 예를 들면 리디북이나 윌라 오디오북 따위!! 즉 활자 형식의 미디어로의 복귀인 셈이다. 한동안 열광했던 넷플릭스나 디플에 대한 관심도 이제는 시들시들해지고 있다. 영화는 두어시간 정도의 투자로 한 편을 볼 수 있지만 시리즈물들은 전 회차 아니 전 시즌을 보자면 한 달 가지고도 모자를 지경이다. 지겨워지는 것이다. 그보다도 훨씬 짧은 유튜브 동영상조차도 쇼츠라는 이름의 기괴한 조각들을 보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해졌다. 그렇게 보낸 시간의 결과는 공허함이고 나의 결론은 다시 활자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윌라는 활자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그렇게 컴퓨터나 태블릿을 통하여 디지털화시킨 아날로그 문자들을 읽고 있다보니 역시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감각이 아쉽다. 결국 전자책은 내가 기대했던 책은 아닌 것이다. 손에 침묻혀가면 책장을 넘기고 형광펜으로 색칠을 하고 귀퉁이에 낙서를 하고 심지어는 씹던 껌을 싸버리기 위해 한 귀퉁이를 찢어버리기도 하던 그런 책이 주는 풍족함과는 비할 바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사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비디오보다는 더 배부르게 해주는 활자의 매력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기에 전자책을 유지할 것 같다. 일단 보관의 문제가 가장 크다. 도저히 책장에 책을 싸놓고 사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굳이 서점에 가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전자 서점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즐기는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전자화되지 않은 책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미 전자화된 책들만으로도 자원은 차고 넘친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읽을 수 있는 양보다도 더 많다.

 

다만 윌라의 오디오북은 다소 독특한 위치인데... 눈으로 책읽는 행위조차도 노안으로 인하여 만만치 않아진 요즘의 내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소설류들은 마치 예전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기분이다. 물론 휘리릭 넘겨가며 눈대중으로 읽을 수도 있는 책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도 확실히 소설류와 같은 이야기를 읽는(=듣는)데는 탁월하다. 이미 서너번은 읽었던 태백산맥 듣기를 하고 있는데 참 재미있다. 그 어마어마한 분량의 이야기를 다 읽어주신 성우분들에게 감탄하고 감사하며...

 

그렇게 오늘도 나의 일부분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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