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떨어지면서 혹시 치매의 전조증상일까? 하는 걱정도 든다.
입에서 나올 듯 말 듯 가물가물거리는 단어가 늘어났다거나, 음악을 들으면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가수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약을 먹었나, 안먹었나, 양치질을 했던가, 안했던가... 등등의 일상에서의 사소한 기억력 부재가 잦아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데는 워낙 재주가 없었는데, 그 때는 그것이 내 주의력의 결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부분, 예를 들면 학습, 에서는 나름 스마트하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늘 외우는 것은 잘했고, 학과의 모든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다닌다던가 하는...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기억력이 나빠졌다. 그것은 살아온 삶에서 겪은 고난과 스트레스의 결과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무심하게 지내온 인생의 영향이라는 자책도 해본다.
지금부터의 관건은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정말 심각한 병증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나의 아버지는 꽤 늦은 나이지만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시기도 했기에 마음 속 한 구석에 늘 '나도 혹시나?'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정보다는 아니겠지라는 부정이 더 우선이다. 그러기에 그냥 지내고 있다. 요즘은 지자체에서도 치매 검사를 해주는데 굳이 찾아가서 검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는다.
기억력을 잃어 버린다는 것은 삶에서 어떤 의미가 사라지는 것일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해본다. 세상 총명했던 사람이 기억력을 잃어 버리고 치매를 맞은 사람이 살아갔던 그 마지막 몇 년을 생각해본다. 그 때를 회상해보면 그렇게 기억을 잃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나을 것 같다. 당사자는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도 인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비참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너무나도 처참하지만 본인은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살아간다. 본인은 행복했으려나? 아마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도 같다. 아니, 행복 자체의 의미를 몰랐겠지. 수많은 갈등과 고난이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 순간만 지나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행복했던 과거도, 아니 그리 멀리 갈 것 없이 지금 당장의 오늘도 더 이상 온전히 기억하지 못했던 당신을 생각해보면 다시 한 번 마음이 아프다.
내가 다시 글을 적기 시작하는 것은 기억력의 유지와 보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언어적인 부분에 있어서 나름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나였기에 지금 나의 모습은 스스로가 아쉽다.
이제 오늘은 무엇을 기억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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