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오늘도 죽었다

rivervox 2024. 5. 27. 18:57

이상하게도 사고는 연달아 일어난다.

"건강 이상 징후에도 무리한 얼차려…군기훈련 아닌 가혹행위"(종합)

 

사람이 죽었으니, 어찌되었든 원인이 있고, 과정이 있고, 결과가 있을 것이다. 결과는 이미 결정된거나 다름 없는 것 같고, 남은 것은 원인 혹은 과정!

 

특히 군관련된 부부은 무수한 "카더라"통신이 난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명확한 증거는 거의 확인 불가하고,  억울한 사람만 많이 양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수많은 소문은 아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허무하게 삶을 마감한 꽃같은 우리 젊은이가 가장 불쌍하고 마음 아프다. 누구도 단 한 순간도 이렇게 죽음을 맞으리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군기훈련? 익숙치 않은 용어라서, 무언가 색다른 훈련인 줄 알았다. 얼차려! 의 새로운 말이었다. 뭐 얼차려이건 뭐건 상명하복이 필요한 군대 내에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말그대로 정신을 차릴 정도로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일텐데...

 

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돌게 했다고? 그랬을 수도 있다. 군기훈련 규정에는 없는 내용이라는데 누군가가 창의성이나 혹은 경험을 발휘한 것이리라. 군인이 군장을 메고 뛰어 다니는 일이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전쟁이 일어난다면 군장을 메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계곡을 뛰어 다녀야 할 수도 있을테니...

 

그러나 불행히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겠지. 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뛰게 한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이상 징후를 제 때 발견하지 못하고, 후속 처리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여전히 군대에서는 아프다고 하면 꾀병이라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모양이다. 더군다나 신뢰도가 확 떨어지는 군병원 말고 외부 병원 진료를 받는 것도 그리 녹녹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프면 아프다고 쉽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적절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엄살을 부리고, 꾀병을 부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더욱 세심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하냐고 하지만, 고쳐야 다시 잃어 버리지 않을 것 아닌가? 

 

30여년전에도 그랬지. 그 뜨거운 7월의 태양 아래 행군을 하던 병사들 세 명이, 나의 전우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적이 있었지. 그래서 그 해 여름은 좀 시원해졌었나? 그리고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죽어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며,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 개선되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그 때 죽어간 전우를 보며, 우리는 그 때의 꼰대들을 욕했지.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그 꼰대가 되었는데도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구나. 나는, 우리 때는, 그 때는 그랬다고 치자. 나라가 부유하지 못해서 그랬다고 치자. 우리가 욕하던 그 꼰대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 안되는거잖아. 이제는 우리 아들들이잖아. 이제 우리는 죽어 없어져도 아쉬울 것 없지만, 우리 아들들은 그러기에 너무 아깝잖아. 그 빛나는 스무살의 청춘을 희생해서 군복무를 하는 것인데, 적어도 이런 식의 죽음은 없어야 하는거 아닌가?

 

오늘 날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합니다. 부디 순직하신 장병의 명복을 빌며, 남은 가족분들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받칩니다. 아무 도움도 안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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