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꼭 듣게 되는 음악이 있듯이, 겨울이 오면 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떠오른다.
내가 브람스 협주곡을 처음 들었던 때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이었다.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유유상종! 내 고교 시절 가까웠던 친구들과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클래식 음악을 즐겼다는 점이다. A는 아버지께서 클래식 애호가로서 집안에 LP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CD도 그 친구네 가서 처음 영접했다. B는 집이 좀 여유가 있어서 제법 큰 주택에 살았는데, 시간나면 그 집에 모여 놀았다. 특히 겨울에는 그 집 거실에 대자로 누워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듣고는 했다.
그 어느 날, 그 친구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올렸는데, 나는 듣다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특히 2악장에서 나는 소리만 내지 않았지 거의 대성통곡하는 수준으로 울고 말았다. 왜?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겨울 날 어디론가 떠나가야만 하는 철새의 고단함이나 쓸쓸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나 되게 힘들었었나?
친구들은 음악 듣다가 감정을 느끼는 경우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편이었기에, 굳이 왜냐고 묻지는 않았다. 그저 알아서 스스로 감정을 추스릴 뿐이었다.
사실 그 날 누구의 연주를 들은 것인지는 기억이 없다. 아마도 정경화의 연주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장영주의 연주가 좋았다. 2009년 음반이니까 그 때부터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해마다 적어도 겨울이면 꼭 한 번씩은, 사실은 그 이상이지만 들었다.
연말에 경기필과 정경화의 협연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무슨 사정인지 취소가 되었다. 대신 선우예권의 피아노 협연으로 변경되었다. 물론 선우예권도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연주자이지만, 정경화의 연주 취소가 너무 아쉽다. 여든을 바라보고 있는 거장께서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일까?
오늘처럼 폭설이 내린 날, 마음의 날개 한 귀퉁이를 접고 이 협주곡에 의지하여 날아다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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