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wo/book

[bOOK] 삼국지

rivervox 2025. 7. 1. 11:53

시작 | 20250603

마침 | 20250630

저자 | 요시카와 에이지 (나관중), 바른번역/코너스톤/2020

 

삼국지는 원래 정서로써 역사서이다. 우리가 보통 삼국지라고 일컫는 것은 "삼국지연의"를 말한다. 저자 나관중의 소설이며, 몇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국내 번역판도 다양한데, 대표적으로는 황석영이 있다. 또한 일본판을 재번역한 경우도 많이 있는데, 주로 요시카와 에이지의 번역판을 다시 번역한 것들이다. 또한 이문열과 같이 작가의 해설과 해석을 많이 부여하여, 각색한 번안류의 삼국지도 있다.

 

이번에 선택한 것은 요시카와 에이지의 번역판을 재번역한 판이다. 뭐랄까? 매우 대중적이고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질질 끌지 않고 빠르다. 쓸데없는 디테일을 설명하느라 낭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승전결의 결을 빨리 확인할 수 있어 읽는데도 속이 시원하다.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작정하고 읽으면 3일 정도면 완독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 몰입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그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번역 문체는 예스러운 편이다. 마치 사극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이 요시카와 에이지의 번역부터 그런 것인지, 일본판을 재번역한 국내 번역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낯선 단어마다 주석을 달아놔서 이해를 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가끔 덜컥거릴 때가 있기는 하지만 몰입도를 올리기에는 좋다. 하기는 모략과 협잡이 난무하는 삼국지의 내용 자체가 몰입도를 올려주기는 한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은 관계로 복잡하다 싶지만 줄거리와 인물을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특히 싸움의 묘사는 의외로 단순해서 그저 싸웠다, 두 동강이 났다, 그래서 누가 이겼다, 이런 식이 대부분이다. 쓸데없는 화려한 묘사나 극적 느낌의 부여는 거의 없다. 디테일보다는 큰 물줄기의 흐름을 봐야 하는 것이다. 소설이지만 역사서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그게 맞다. 어차피 그 싸움의 장면을 실제로 본 사람은 별로 없는데, 그걸 과장해서 표현하면 오히려 지루할 수도 있다. 덕분에 훌훌 잘 읽힌다.

 

삼국지를 생각하면 마치 주인공처럼 유비, 관우, 장비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소설 중반까지 그들의 행적은 솔직히 지질하기 짝이 없다. 개인으로는 훌륭한 성품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된 힘을 쌓지 못하여 여기저기 쫓겨 다닌다. 더군다나 유비의 경우는 그 처들까지도 함께 도망시키느라 수하들의 고생이 말이 아닌 것이다. 과연 우유부단한 유비가 주군으로 모실만한 사람인가?

 

전체 10권 중 7권에 등장한 적벽대전! 그 유명세에 비하여 내용은 참으로 심플하다. 분량도 크게 많지 않다. 그야말로 미니멀리미즘의 극치! 이 또한 삼국지의 매력인 듯... 그러기에 영화나 드라마 등 많은 창작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임이 틀림없다. 스토리 사이의 그 많은 공백을 창작자의 상상력으로 마음껏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많으니...

 

거의 한 달을 읽은 끝에 드디어 관우가 죽고, 조조가 죽었다. 장비도 죽었으며, 유비도 결국 죽었다. 시대의 영웅들의 죽음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세상은 여전히 제 걸음을 걸을 것이다. 마치 그들은 없었다는 듯이... 

 

삼국지는 결국 간신일기가 아닌가? 오다가다 듣고 보았던 영웅은 없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있었지만 대의명분을 핑계로 결국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에서 벗어난 자는 보지 못했다. 유비? 관우? 장비? 그들의 어떤 점이 위대한 건가? 그저 자기만족 아닌가?

 

나이 50줄에 이제야 한 번 읽어본 삼국지이니, 이번 일독으로 결론을 쉽게 내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안다. 다만 이 독서는 앞으로 내가 공부하고 살아 가는데 좀 더 확장된 배경지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 측면에서는 너무 고무적이다. 벌써부터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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