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wo/book

[bOOK] 태백산맥

rivervox 2025. 6. 22. 21:50

 

시작 | 20250407

마침 | 20250622

저자 | 조정래/윌라(해냄)/2020

 

드디어 장장 석 달여간의 태백산맥 읽기를 끝냈다.

 

정확히는 듣기를 끝냈다. 윌라의 오디오북으로 태백산맥을 읽었다. 사실 뭐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소설이니 완독이라고 해야 할지, 그 소설의 오디오북이니 완청이라고 해야 할지... 어쩌면 방법은 매우 부수적인 것일는지도 모른다.

 

태백산맥은 이번이 세 번째 읽은 셈이다. 20대 때 한 번, 30대 후반에 한 번, 그리고 이렇게 50대 중반이 돼서 또 한 번! 어쩌면 이번이 죽기 전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또 세상에는 읽을만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선 조정래의 또 다른 역사소설, 아리랑과 한강이 있고, 박경리의 토지도 있다. 삼국지도 지금 읽고 있다.

 

그렇게 대략 15년 주기로 한 번씩 읽은 태백산맥은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변화가 있음을 느낀다.

 

대학생 때 읽은 태백산맥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탓이었을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민의 적들과 반동분자들을 얼마나 욕했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그 빨치산들의 영웅적인 투쟁이 너무나도 감동적으로 느껴졌고, 결국에는 물리적 힘에 밀려 원하는 세상을 이루지 못하고 모두가 죽음을 맞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역사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 와중에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지주들과 양민을 학살했던 국군과 무능했던 이승만에 얼마나 분노했었는지...

 

30대에 읽은 태백산맥은, 남겨진 자들에 더 집착해서 읽었던 것 같다. 즉 빨치산 투쟁을 하느라 산사람이 되어버린 이들의 남겨진 가족들, 혹은 전쟁의 참화 속에 남겨진 사람들, 그렇게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더 썼던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당시 고국을 떠나 있던 내 입장과 아직 어린 새끼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과연 나라면 그 가족들을 남겨두고, 대의를 위한 투쟁의 길에 나설 수 있을 것인가? 먹고사는 문제에 우선 몰입하다 보면, 대의명분은 부차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이제 50 중반이 되어 읽은 태백산맥은 그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태백산맥에 대한 이미지가 모두 뒤바뀌는 느낌이다. 20대의 나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대한 불온서적 운운하며 국보법으로 다루고자 했던 정권에 대해 분노했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오히려 그 당시에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소설의 내용을 보면 너무 빨치산을 미화한 것이 아닌가? 혹은 너무 국군이나 남한 사회에 대해 모순적인 모습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편파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수화된 것일까? 기성세대가 된 것일까? 무엇 때문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가 되던 빨치산의 활동에 반감이 생기기도 했고, 과연 양민 학살 등의 부당 행위는 국군만이 저지른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즉 작가 조정래는 중립성을 잃었고, 그렇기에 국보법의 시비를 받았던 당시의 상황도 납득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나 역시 국보법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고, 이승만 정권의 말도 안 되는 비민주적인 행위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고 소설 자체도 어느 부분에서는 역사에 대한 왜곡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긴다.

 

광복 후 전쟁을 거쳐 그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당시 그들이 꿈꾸었던 인민 해방의 시기는 결국 도래하지 못했다. 오히려 체제 전쟁에 있어서 북한은 남한에게 패배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인민 해방 혹은 평등의 땅은 북쪽보다는 남쪽이 더 가까운 상태라고 생각된다. 즉 북은 말 그대로 독재 정권이 되어 세계 무대에 배척받고 있고, 남은 어쨌든 북보다 더 심각한 투쟁의 역사를 겪으며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발전된 상태이니까...

 

당시의 빨치산들도 70년 혹은 80년이 흐른 뒤, 이런 결과가 도래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무언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오류가 소설 속에 이렇게 저렇게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지만 그래도 성장 발전해 나아가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고 보고 있다. 이론적 배경은 다르겠지만 여전히 민중은 투쟁하고 있는 중이다. 기득권 세력의 비민주적인 행태와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소설 태백산맥 속 빨치산의 투철한 의식만큼은 참고할 만한 것 같다. 다만 그 오류와 비상식은 벗어내고...

 

10년 후라면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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