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식탐

rivervox 2024. 12. 1. 18:26

나이를 먹으면 욕심을 버려야 하는 법이거늘, 난 아직 식탐조차도 제대로 버리지 못했구나.

 

장을 보러 갔다.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미정당 국물 떡볶이를 샀다. 아주 솜씨가 좋은 사람, 예를 들어 집사람, 은 육수를 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시전하겠지만, 그런 재주가 없는 나로써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마치 라면 끓이는 정도로 간단하다. 물 200㎖ 에 포장된 소스와 떡을 놓고 2분 정도만 끓이면 된다. 게다가 어묵탕마저도 판매 중인 제품을 이용하면 역시 2~3분내에 준비된다.

 

어기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다. 이미 충분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메추리알, 어묵 그리고 면사리까지 쏟아 붓는다. 게다가 프랭크 소시지까지... 이쯤되면 맛이 빗나가기 시작한다. 국물 떡볶이가 아닌, 죽 떡볶이가 되면서 모든 맛이 희석되어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상태에 이른다. 그저 메추리알 정도면 딱 적당했을 것을... 잔뜩 불어난 양은 다 먹지도 못하는 지경이 된다. 후회한다.

 

욕심을 부리면 삶이 피폐해진다는 사실을 몇 번의 경험으로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화되지 못하고, 어느 순간 이성을 잃고 끝까지 가버린다. 때로는 버리고, 때로는 줄이고, 그렇게 미니멀리즘하게 사는 것이 결국 스스로를 풍족하게 만든는 것임을 다시 깨닫고 후회한다. 

 

살아오면서 내가 부린 욕심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인간 관계가 무너져 갔던가? 가족은 행복하게 했었나? 나 자신은? 아니지. 절대 아니지. 결과적으로도 비참하지만, 심적으로도 혼자 이불킥하게 된다.

 

불러온 배를 두드리고 헉헉대다가 한심하게 느끼고, 남아서 버릴 수 밖에 없게 되는 음식물이 아깝다. 그저 부족한듯 준비하는 것이 만족도를 더 높여주는 것을 또 경험적으로 많이 알고 있지 않은가?

 

식탐을 버리자. 살을 빼고 싶다고 하면서 식탐이 원 말이냐? 너그러운 어른이 되겠다면서 욕심이 웬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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