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ne/day by day

사치스러운 일상, 커피 내려 마시기

rivervox 2024. 11. 12. 09:31

원두를 그라인딩 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행위는 내가 누리는 몇 안되는 사치 중의 하나이다. 

제대로 하는거 맞지?

매우 능숙하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고 싶었는지, 그라인더도 구매하고, 커피팟도 구매하고, 드리퍼도 구매하고... 그러나 또 다른 취미가 게으름이다 보니, 커피 내리는 능력은 발전이 없다.

 

능숙해지기 위해서, 커피 내릴때마다 시간도 달리해보고, 온도도 달리해보고, 또 기록도 해보고,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지속성이 부족하다. 삘이 와서 얼마간 열심히 내려 마시다가 보면, 어느 날부터인가는 완전히 잊고 산다. 덕분에 직접 구매한 원두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가져다준 원두들이 제법 쌓여 있다. 너무 오래 그냥 두면 맛이 다 사라질 텐데...

 

어차피 싸구려 입맛이라 제대로 맛구별도 못하면서, 뭣이 중한디...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너무 기술적인 것에 집착하다 보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물 온도가 어떻고, 시간이 어떻고 자꾸 따지다 보니 귀찮아져서 손을 놔버리게 된다. 대충 기억나는 데로 린싱을 하고, 초기 30초 정도 좀 적셔주고, 그다음에는 원두 10g에 물 100ml 기준으로 천천히 부어 내린다. 이 정도면 될 것 같다.

 

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원두를 바꿔 보도록 하자. 나는 커피의 신맛을 좋아하는데, 다른 맛은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한 거 아닌가? 무언가 고급스러운 맛을 느끼고 싶다면, 아예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스페셜 커피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그런 곳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몇 개월 전에 강릉에 있는 그 유명한 "박이추 커피"에 가서 마셨을 때, 참 좋았다.

 

다만 강릉은 너무 머니까, 일단은 집에서 대략 편하게 내려 마시기로 한다. 원두들을 빨리 처분하기는 해야 한다.

 

이래저래 참으로 사치스러운 일상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커피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