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자, 다만 도구가 문제!
글쓰기에 열을 올리다가 보니, 어느 순간 오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글쓰기 자체보다는 포장에 열을 올리는 꼴이다. 세줄일기, repov 등의 앱을 설치하고, 3년 일기장도 구매하고... 글을 올려야 할 곳이 여기저기로 늘어났다. 이쯤 되니 즐거움이 아닌 의무가 되어 버린다.
이럴 일이 아니다. 사실 메모장으로 충분하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 그대로 휘갈겨 쓰면 된다. 그렇게 쓴 글은 시간을 내서 정리한다. 다만 사진이나 동영상 등이 문제인데, 그것도 인스타에 이미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치 연식이 오래된 차를 버리고 신차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처럼, 앱도 새로운 거를 맛보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세밀하게 따져보면 각 앱마다 특화된 장점이 있어, 사용에 편한 면이 있다. 음식 사진, 풍경 사진, 인물 사진 등등을 좀 더 카테고리화 시켜서 기록해 둘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앱들의 영속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전에 블로그인이나 미투데이 같은 웹상 서비스들도 결국은 사라졌다. 이제는 그런 서비스들이 앱으로, 특히 스마트폰에서 접근이 가능한 툴로 진화했지만 결국 제대로 업뎃이 안되거나 해서 사라질지도 모르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면 망해서 사라질 텐데... 물론 내가 죽기 전에 나의 기록들, 특히 디지털 기록들을 가능한 데로 다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때를 내가 아닌 앱의 상황에 의해 결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경험이 있으니까...
분명 꽤 오래 전에도 비슷한 툴이 많았다. 기록을 남기기 위한 앱이 있었다. 예를 들면 포스퀘어 같은... 그런데 세월이 흘러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지금 잠시 찾아보니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기록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냥 삭제된 것인지, 어딘가로 나도 모른 사이에 팔려간 것인지... 핀터레스트도 있다. 다행히 아직 남아 있기는 하네. 그런데 아이디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 스스로에게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화가 답인 것 같다. 너무나도 많은 도구에 의존할 필요없이 글을 쓴다는, 기록을 한다는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런 기록들이 블로그인들, 트위터인들, 인스타그램인들 혹은 일기장인들 어떻겠는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면, 그저 잘 기록하고, 잘 정리되고, 잘 보존되기를 원한다면 이미 도구는 넘치고도 넘친다.
앱들을 다 삭제한다. 개발자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거조차도 오버인 것 같다. 어차피 쓸놈쓸 아니겠는가? 사용자 하나 사라진다고 뭐 어떻겠어?
편한 글쓰기에 집중한다. 긴 글은 이렇게 쓰면 되겠고, 메모는 카톡 자기와 대화하기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메모는 때론 좀 더 긴 글로 남길 수도 있고, 향후 계획을 위해 별도로 정리해서 메모장에 보관한다. 일기장은 아날로그의 즐거움을 위해 유지하기로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