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기록의 중요성을 알았다기보다는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기록을 남겼고 남기고 있다. 예전의 일이라면 노트에 기록한 것도 있고, 어느 시점부터는 디지털 미디어에 기록했다.
시간이 흘러서보니 그때의 기록이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것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상관없이 그렇게 다가왔다. 오히려 좀 더 많이 자세히 기록해 둘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록의 문제점 중 하나는 관리의 문제이다. 여기 저기 남겨 놓은 기록은 때론 없애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어디에 기록해 놓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아마도 어디엔가 기록이 남겨져 있을 텐데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일기의 대단한 점은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하루치는 시시하지만 1년이 되면 귀해지는 것
어릴 때 일기장을 보면 당일의 사건보다는 감정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아쉬운 면도 있다. 물론 매일의 감정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재미로 보면 그날의 사건 기록이 더 재미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내 감정보다는 사건 위주로 적어 놓으려고 한다. 그런데 성향적 특성인지 잠시 긴장줄을 놓고 있으면 남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감정 기록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옛날 조선왕조실록 마냥 일지 적듯이 적으려고 노력 중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젊을 때 써놓았던 기록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읽어보는 재미도 있고, 추억하는 가치도 있는데 비하여 이 나이에 적는 기록은 과연 언제 다시 또 읽고 되새김질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확실히 기록을 남길거라면 구체적이고, 자세한 것이 좋을 것 같다. 글이 아닌 그저 짧은 메모일지라도 콘텐츠는 좀 더 디테일하게... 그리고 이런 디지털 기록도 좋지만 아날로그 기록도...
5년 다이어리와 별개로 '마음의 일'에 대해 적는 일기장이 있습니다.
이거다. 사건을 남기는 기록과 감정을 남기는 기록을 분리할 필요가 있겠다. 그 필요성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두리뭉실하게 함께 취급했는데, 이제부터는 분리해서 기록해야겠다. 물론 감정이라는 게 일상 중에 부딪히게 되는 일과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만 가치의 측면에서 보자면 좀 분리 기록이 필요하다. 그래서 5년은 좀 지겨울 듯하니 3년 다이어리 주문 완료!
하루를 보내는 동안 마음에 일었던 미세한 파동을 눈치채기 위해서는 무얼 하면 좋을까요? 저는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 창에 짧게 메모를 남겨두곤 합니다.
실용적으로 아주 좋은 생각이다. 그동안 나와의 채팅을 어디에 쓰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효용성이 확 업될 것 같다. 실시간 일기장 및 메모장으로... 별도의 메모장 앱을 켜놓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좋은 선택인 듯하다.
어떤 기록이든 결코 숙제처럼 여기지 말았으면
그래, 좋아서 하는 일이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게 된다. 물론 중도탈락했다 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그 공백은 많이 아까울 것이다. 기록은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해 지속하는 것이다.
이 책은 기록의 가치를 설명하고, 여러 가지 모습의 기록의 방법을 제안하였다. 작가 자신의 방법도 있고, 작가가 봤던 다른 사람의 방법도 있다. 아, 그렇지 하고 머리를 탁 치게 하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들이었다. 디지털 시대에서 디지털 글쓰기의 유용함 중의 하나는 쉽게 카테고리화하고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참 좋았다. 기록의 의미와 방법론을 적정선에 제시하는 이론서이자 실용서이다.
기록은 일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기는 당연하고, 순간을 수집하고, 영감을 모으고, 마지막으로 사랑! 자신에 대한, 그리고 남에 대한, 세상에 대한 사랑! 기록의 끝은 하나의 철학이 되었다. 나는 그 마지막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지금 이 매우 사적인 기록 (일기) 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며, 죽기 하루 전 날 모두 삭제하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될수록 많은 이들에게 노출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냥 나 자신만을 위하여 기록 중이다.